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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코앞서 감독 사퇴 선언…자가격리 2주가 불러온 男 농구 대표팀 자중지란

김상식(오른쪽)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이 19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D리그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농구연맹 제공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국제대회를 앞두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2주와 프로리그가 진행 중인 각 구단 사정, 협회에 내린 국제 징계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얽혔다. 당장 다음달 대회가 끝나는대로 감독과 협회 담당 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힌 터라 6월 올림픽 최종예선까지 일정이 험난하다.

김상식 대표팀 감독과 추일승 대한민국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은 각각 지난 23일과 24일 연달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음달 15일부터 23일까지 필리핀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을 치른 뒤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표팀 차출을 둘러싸고 각 구단과 빚은 잡음이 원인이다.

발단은 코로나19였다. FIBA는 지난 19일 협회에 16만 스위스프랑(약 2억원)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11월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아컵 예선에 한국 대표팀이 불참했다는 이유였다. 협회는 당시 개최지인 바레인에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차출을 거부했으나 FIBA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표팀으로서는 다음 일정인 다음달 필리핀 대회까지 불참할 수는 없었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를 빠질 경우 2023년 농구 월드컵, 나아가 2024년 파리 올림픽 참가까지도 위태해질 수 있었다”면서 “감당 못할 정도의 피해”라고 설명했다. 앞서 FIBA가 부과한 벌금이 이번 대회에 출전해야 그나마 감면된다는 점 역시 무시 못할 이유였다.

문제는 국내 프로리그가 진행 중인 와중에 귀국 시 자가격리 2주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국제 스포츠 대회에 자가격리 2주 예외를 적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각 구단에서 차출될 에이스급 선수들은 다음달 23일 이후 최소 3월 초까지 격리되어야 한다. 이번 프로농구 시즌은 4월까지 진행된다. 당장의 전력 손실은 물론 시즌 중 2주 간 팀 훈련을 빠지고 복귀하면 몸상태도 보장할 수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구단마다 1명 차출로 합의가 되긴 했지만 농구는 다른 프로스포츠보다도 각 1명이 차지하는 전력 비중이 매우 큰 종목”이라면서 “자가격리가 이어질 3월 초까지 순위 싸움이 갈수록 빡빡해질 게 뻔하기 때문에 감독들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각 구단 감독들로서는 문자 그대로 시즌을 ‘말아먹을’ 수준의 일이라는 설명이다.

대표팀 입장에서도 다음달 김상식 감독이 사퇴하면 그 후임을 찾는 게 난망하다. 일단 통상적으로 대표팀 감독은 공고를 내서 구하는 데 약 2~3개월 시간이 걸린다. 6월 올림픽 최종예선까지 준비기간이 자칫 1~2개월에 불과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를 목도한 지도자 중 선뜻 나설 이가 없을 것이란 점도 고민거리다. 준비기간도 짧고 선발 운신의 폭도 좁은 자리라서다. 협회에서 선수 선발을 전담하는 경기력향상위원장 역시 후임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

비슷한 갈등이 있던 프로축구의 경우 지난해 평가전이 시즌 말미에 잡혀있어 그나마 일정 조정 여지가 있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일방적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일정을 통보하면서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시즌 말미에 이르러 가까스로 조정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올림픽 예선 등 일정을 시즌 뒤로 미루고 A매치 차출 예외 규정을 마련하는 등 조율에 적극적이었다. 반면 FIBA는 참가 의무를 강조할 뿐 불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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