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복주 정의당 부대표가 자정 직전 페북에 올린 답변서


김종철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배복주 부대표가 장문의 답변서를 내놨다. 배 부대표는 늦은 밤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당원들에게 받은 질문에 하나하나 답변했다.

배 부대표는 25일 밤 11시45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주 내내 사건을 접수해 조사하고 피·가해자를 면담했다. 그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기에 압박감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배우는 기회이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 페이스북 캡처

“당의 입장이 발표되고 종일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을 접한 당원분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내내 힘들었다”고 한 배 부대표는 “당원분들께 내가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해 보았다”고 했다.

우선 배 부대표는 비공개로 하게 된 이유에 대해 “2차 피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사 중 사건의 내용이 유출됐을 때 피해자 입장이 왜곡돼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하게 될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한 배 부대표는 “최대한 피해자의 의사와 요구를 존중하고 가해자는 인정·사과 책임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해 이에 대한 이행을 약속하는 협의를 이끌어내는 소통의 과정을 안전하게 갖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구체적인 피해 사실에 대해서는 성추행이라고 했다. “가해자가 명백히 인정했다”고 한 배 부대표는 구체적인 행위를 밝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경중을 따지며 ‘그 정도야’ ‘그 정도로 뭘 그래’라며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 보기 때문에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했다.

음주 여부에 대해서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 데 고려되는 요소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피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왜 술자리에 갔냐고 추궁하고 술을 안 마셨으면 왜 맨정신에 당했냐고 한다”고 한 배 부대표는 “가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술김에 실수하고 가해행위를 축소시키고 술을 안 마셨으면 피해자를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가해자를 옹호한다. 그러니 음주는 사건과 상관이 없다”고 했다.

실명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자신이 가진 가치와 주어진 정보를 고려해 선택하고 결정했다”며 “피해자가 결정한 의사를 존중하고 그에 따라 지원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피해 당사자인 장혜영 의원은 실명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내가 깊이 사랑하고 몸담은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피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나에게 닥쳐올 부당한 2차 가해가 참으로 두렵다”고 한 장 의원은 “그보다 두려운 것은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만일 피해자인 나와 국회의원인 나를 분리해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영원히 피해를 감추고 살아간다면 나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이라고 했다.

배 부대표는 또 경찰에 고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정의당 차원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고 징계하는 것을 원했다”며 “공동체적인 해결방식이 당을 위해 더 유효한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정의당의 당헌·당규에 따라 대표단은 당 대표를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했고 직위해제했다”고 한 배 부대표는 “오늘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했으니 그 절차를 밟아 징계를 결정한다. 다만 징계를 결정할 때 당대표라는 점이 충분히 고려돼 양정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은 생각해볼 수 있겠다”고 했다. 다만 중앙당기위원회는 독립적 기구로 대표단이 관여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2차 가해에 대해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힌 배 부대표는 구체적인 2차 가해 행위 등에 대해 나열했다. 또한,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일탈 행위로 규정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가해자의 사과에 대해 “자신의 성추행 행위에 대해 회피, 원망, 변명, 억울함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배 부대표는 “정의당은 이 모든 과정을 신중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계획도 충실히 고민해 당원들께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이날 밤 10시쯤 심상정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슴 깊은 곳에서 통증이 몰려온다. 당 대표를 지냈던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는 기자회견 이후 12시간 만의 첫 입장을 내놓은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심 의원은 또 “스스로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다른 피해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준 장혜영 의원에게 깊은 위로와 굳건한 연대의 뜻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의당은 이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김 대표가 장 의원에게 성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5일 저녁 장 의원과 면담을 가진 뒤 발생했다. 장 의원은 고심 끝에 사흘 뒤인 지난 18일 이 사실을 배 부대표에게 알렸다.

수차례에 걸친 피해자·가해자 면담을 진행한 결과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으로 밝혀져 김 대표를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했다. 또한 정의당 당규 제7호 21조에 따라 김 대표를 직위해제했다. 김 대표는 직위해제 통보 전 사퇴 의사를 먼저 밝혔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사퇴와 무관하게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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