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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팔짱끼고 웃던 진혜원, 인권위 조사엔 ‘침묵’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진혜원 검사 페이스북 캡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 비서 성희롱이 있었다는 직권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그동안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던 이들이 침묵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인권위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앞장서서 박 전 시장의 성범죄 피해자를 조롱해 온 이들 가운데는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 검사가 있다. 진 검사는 지난해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올리며 “권력형 성범죄 자수한다”고 적었다. 성범죄가 아닌 것도 성범죄로 포장한다며 피해자를 비꼰 것이다. 진 검사는 이번 인권위 조사에 대해서는 26일 오전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진 검사는 지난 15일 난데없이 ‘꽃뱀은 왜 발생하고, 수틀리면 왜 표변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하기도 했다. 평소 박 전 시장을 옹호해왔던 진 검사가 피해자를 겨냥해 글을 작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진 검사는 “꽃뱀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가설이 매우 다양하지만 사회적 생활을 하는 지능 있는 포유류 중에서는 ‘지위상승’과 ‘경제적 지원’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며 “즉, 단기적 성적 접촉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키고,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고자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진혜원 검사는 ‘수틀리면 왜 표변하는가’라는 소제목 글을 통해서는 “암컷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표변하는 이유는, 집단생활 관계에서의 ‘평판’에 있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라며 “문란한 암컷의 경우, 자신이 문란하다는 소문이 나면 장기적 배우자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수컷을 더 이상 만날 수 없어 들통났을 때는 발뺌하는 전략을 진화시켜 오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성추행 의혹 방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한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진 검사와 달리 이번에도 인권위 조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을 낳고 있다.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연합뉴스

오 전 실장은 일부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인권위 결정은 성희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확장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그러나 피조사자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 전 실장은 경찰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시 전현직 직원들의 성추행 방조 등 고발 사건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로 결론 냈다고 발표하자 “경찰 조사에 의해 고소인 측 주장이 거짓이거나, 억지 고소·고발 사건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했다.

성추행 의혹은 ‘공소권 없음’으로 직접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방조 혐의 역시 법원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 기각으로 확인이 불가능해 불기소 결정이 난 것임에도 피해자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처럼 단정 지은 것이다.

전날 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등을 보냈다는 피해자 주장이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박 전 시장이)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도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했다. 오 전 실장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당한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지난해 8월 17일 오후 조사를 마치고 서울지방경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SNS에 피해자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고소된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음란문자의 실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라”는 등의 공개서한을 보내 2차 가해 논란을 낳았다.

앞서 인권위는 전날(25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직권조사 결과를 내놨다. 인권위법상 성희롱에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과 성폭력, 강제추행, 성적 괴롭힘 등이 모두 포함된다. 피해자의 주장을 상당 부분 인용한 셈이다.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연합뉴스

이번 조사 결과는 인권위가 지난해 8월 박 전 시장 의혹을 살펴볼 조사단을 구성해 본격 조사에 착수한 지 약 6개월 만에 나왔다. 인권위는 서울시청 시장실 및 비서실 현장조사를 비롯해 피해자에 대한 2회 면담조사, 총 51명의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 서울시·검찰·경찰·청와대·여성가족부가 제출한 자료 분석, 피해자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감정 등 조사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혀 신뢰도를 높였다.

김민웅 경희대 교수. 연합뉴스

박 전 시장이 숨지면서 성추행 피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직접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인권위는 가장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가 그동안 의혹으로 남아 있던 박 전 시장 의혹을 간접적으로 규명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수개월간 성추행 피해자를 조롱하고 모욕해왔고, 심지어 인권위 조사에 침묵 또는 반발로 일관하고 있는 진혜원 검사, 오성규 전 실장, 김민웅 교수 등에게 성범죄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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