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14년간 13만개’ 한인 부부의 공짜샌드위치

노숙자에 샌드위치 제공하는 김경태·배주연씨 부부. 연합뉴스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이것이 우리에게는 14년 동안 익숙한 삶이거든요.”

노숙자와 마약중독자들에게 매주 일요일 샌드위치를 무료 제공하는 캐나다 동포 김경태(68) 배주연(63)씨 부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지만 자신들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부부는 2007년부터 일요일마다 샌드위치 200여 개를 만들어 노숙자와 마약 중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샌드위치를 만드는 시간이 3시간 정도였지만, 지금은 한인 자원봉사자 1명이 돕고 있어 1시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김씨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 정부가 이민을 받아주고, 먹고살게 해주는데 이 나라에 특별히 공헌하는 것도 없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마약 중독에 빠진 노숙자들이 눈에 들어왔다”며 “그들에게 마약은 나쁜 것이고,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샌드위치를 만들어 나눠주기 시작했다”고 계기를 밝혔습니다.

배씨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게 안에다 놓으면 노숙자들이 들어와 1개씩 먹고 갑니다. 그들에게 마약은 나쁜 거라고 이야기도 하지만 말없이 지켜보기만 할 때가 많죠”라고 말했습니다. 누군가의 작은 관심이 따듯한 격려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노숙인과 마약중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샌드위치. 연합뉴스

이 부부는 경낭 통영 출신으로 서울에서 살다가 캐나다로 2001년 이민을 갔습니다다. 2년 뒤 온타리오주 세인트 캐서린스에 ‘포니 미니 마트’라는 이름의 편의점을 차렸습니다. 노숙자를 위한 무료 샌드위치 나눔의 현장이 된 곳입니다.

김씨는 샌드위치 1개 가격이 3~4달러 정도 된다고 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월 2400~3200달러(한화 209만~278만)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죠. 14년 동안 샌드위치 제공에 들어간 금액은 총 4억원은 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최소한도로 계산해도 한 달 800개 1년 9600개, 14년이면 13만4400개의 무료 샌드위치를 나눠준 셈입니다.

이웃들이 편의점에 놓고 간 털모자를 배주연 씨가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가게 수입의 많은 부분이 샌드위치 만드는 데 들어가고 있다”며 “한인이 이민해 가게를 운영하면서 돈만 벌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도 보살피면서 산다는 인식이 캐나다 사람들에게 심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들 부부의 선행은 토론토 한국일보 등 보도로 주변에 알려졌고, 지금은 노숙자들이 입을 옷이나 현금을 놓고 가는 한인과 현지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인근 교회 교인들이 샌드위치 재료를 지원하기도 한다는 기쁜 소식이 들렸습니다.

부부는 이러한 주위의 온정에 대해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격려의 손길”로 생각한다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편의점 문을 닫을 때까지 노숙인들에게 샌드위치를 제공하겠다”고 소망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원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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