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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 확 달라진다…대북정책 재검토, 대만 통해 중국 압박

블링컨 국무장관, 상원 인준 통과
블링컨, 바이든의 오랜 측근…미국 외교 주도할 듯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파기…‘이란 핵합의’ 복귀
북핵 정책 ‘전면 재검토’…구체적 내용 확정되지 않아
대만 역할 강화로 중국 압박…러시아엔 더 강경하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해 11월 24일(현지시간) 국무장관 지명자 신분으로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본부로 쓰였던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극장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26일(현지시간) 상원의 인준을 받았다. 블링컨 장관은 지명자 꼬리표를 떼고 바이든 행정부의 첫 외교수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블링컨 장관이 미국 외교정책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언론들은 블링컨 장관을 가리켜 “바이든의 오랜 친구”(AP통신), “바이든의 오랜 조언자”(뉴욕타임스), “바이든의 오랜 외교정책 참모”(워싱턴포스트)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이들 언론들은 모두 “오랜(longtime)”이라는 표현을 썼다.

블링컨의 국무장관 취임으로 미국 외교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블링컨 장관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뒤집고, 북핵 문제 등에 대해선 정책 재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NYT는 이어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의 역할을 강화하고, 이민 문제에선 완화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오른손을 든 채 웃고 있는 모습. 사진은 북한 노동신문을 캡처한 것. 뉴시스

트럼프 정책 뒤집기…대북 정책은 재검토

블링컨 장관은 이날 실시된 미국 상원의 인준 동의안 투표에서 찬성 78표, 반대 22표를 각각 받았다. 상원 인준을 통과하기 위해선 전체 상원의원 100명 중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 기준을 통과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이 주력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펼쳤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외교정책 폐기다. NYT는 “이는 미국이 동맹과 재결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개별 외교정책에서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에 복귀하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8일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서 “이 협정으로는 이란 핵폭탄을 막을 수가 없다”고 밝히면서 ‘이란 핵합의’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지난 19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이란이 합의사항을 지킨다는 전제 조건 하에 ‘이란 핵합의’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북핵 문제에 대해선 ‘전면 재검토(full review)’를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 식의 대북 접근법을 파기하겠다는 의미다.

블링컨 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이것은 나아지지 않았던 문제이며, 실제로는 더 나빠졌다면서 “미국은 북한을 향한 전반적인 접근법과 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전략(new strategy)’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을 ‘새로운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베일 속에 있다.

한 대만 군인이 19일 대만 군기를 든 채 대만의 신주 현에서 열렸던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AP뉴시스

“대만, 더 큰 역할해야”…대만 통해 중국 압박

블링컨 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 중에서 유일하게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이 중국에 대한 강경노선이다. 블링컨 장관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보다 강경한 접근법을 취했던 것은 옳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그(트럼프)가 (중국 문제와 관련해) 많은 분야에서 진행했던 방식에는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블링컨 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강경노선을 유지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에선 차별화된 전술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압박과 관련해 검토되는 것은 미국이 대만을 이용하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이 대만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나는 국제기구들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대만이 좀 더 큰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중국 정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파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NYT는 블링컨 장관이 미국과 대만의 외교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대만과 정식 외교관계를 다시 수립하기 위해 나설 경우 미·중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전투기들이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한 것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3일 “미국은 대만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을 겁주려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계속되는 시도를 우려 속에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와 군사적 공격들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면서 아프리카와 유럽,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경쟁할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 대해선 전임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강경한 노선을 택할 것을 약속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징적인 정책이었던 ‘반(反) 이민정책’도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블링컨 장관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마지막으로 지냈던 해인 2016년 모국의 폭력과 박해를 피해 미국 입국 허가를 받았던 난민들의 수가 11만명이었다.

그러나 올해 미국에 합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난민의 수는 1만 5000명 상한으로 제한돼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장관이 되기 전 블링컨은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은 반드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난민 입국에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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