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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공급 지연 현실화… 스페인 접종 중단, EU·영국 공급량 갈등

EU “영국서 생산한 백신 영국에 먼저 공급하면 안돼”
더타임스 “백신 공급에 정치적 압박”…독일 “EU 역외 수출 막자”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유럽연합(EU) 보건 담당 집행위원이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공급 지연에 대해 온라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럽이 코로나19 백신 물량 부족을 겪으면서 접종 중단 사태가 현실로 나타났다. 제약사의 백신 생산 및 공급을 두고 유럽연합(EU)과 영국 간 갈등도 빚어지는 모양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27일(현지시간) 유럽 국가 가운데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백신 접종이 중단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스페인 정부는 이날 수도 마드리드에서 백신 물량이 고갈돼 향후 2주 동안 접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북동부 카탈루냐주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카탈루냐 보건당국 관리자 조셉 마리아 아그리몬은 “내일이면 (백신을 보관한) 냉장 시설이 텅 빌 것”이라고 말했다.

EU 회원국에서 백신 대란이 벌어지면서 EU는 제조사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에 “공급 물량을 계약대로 이행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충돌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내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을 자국에 우선 공급하겠다는 주장에 EU가 반발하면서 심화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스트라제네카는 1분기 EU에 백신 공급을 기존에 약속된 물량의 25%가량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동시에 영국 정부에는 자국에서 생산된 백신을 매주 200만회분씩 끊임없이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EU 내에서 백신 원료를 배양하는데 생산성이 낮아 공급이 지연되는 것일 뿐 의도적으로 늦추는 게 아니다”면서 “영국과의 백신 공급 계약은 EU보다 석 달 전에 체결됐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대변인도 “각 공급망마다 구체적인 계약에 맞는 생산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어느 공급망에서든 생산되는 백신은 해당 국가나 지역을 전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EU는 위기관리 회의에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를 소환해 회원국 외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백신도 가져오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보건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브뤼셀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은 우리 구매계약의 일부분”이라면서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과 EU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제약회사와 백신 개발자들은 도덕적, 사회적, 계약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EU의 압박을 두고 ‘정치적 화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도 전했다. 더타임스는 “EU가 영국 공장에서 만든 백신 수천만회 분을 유럽으로 돌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브렉시트 이후 심해진 EU와 영국 간 갈등이 정치적으로 고조됐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더불어 “이 압박에는 독일의 협박도 포함됐다”면서 “앞서 독일 당국은 벨기에에서 생산한 화이자 백신의 영국 수출을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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