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방송 근절” 검찰 압박-라디오 사찰한 MB 국정원

JTBC 보도화면 캡처

이명박정부 당시 국정원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검찰에까지 압력을 넣은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2010년 9월 국정원이 이명박정부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을 JTBC가 28일 입수해 보도했다. ‘좌파 방송인 사법처리 확행으로 편파방송 근절’이라는 제목이 달린 이 문건에는 국정원이 방송 장악을 위해 검찰을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검찰이 여론의 눈치를 봐서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인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미온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철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당부하고, 재수사 주문부터 재판의 속도를 높이라는 요청까지 덧붙였다.

검찰은 이 보고가 있은 지 3개월 뒤 총파업을 진행한 전국언론노조 간부들에게 최대 3년 6개월의 징역형이라는 중형을 구형하기도 했다.

국정원 문건에는 또 경찰에 대한 압박 필요성도 언급돼 있는데, 실제로 방송인 김미화는 SNS에 쓴 글 때문에 4개월 동안 4번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이 라디오 생방송 직전 스튜디오에 들이닥쳐 대본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매체에 말했다.

JTBC 보도화면 캡처

JTBC 보도화면 캡처

2009년 12월에는 정부 비판적인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과 출연진을 사찰한 문건도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문건에서 국정원은 한 방송사의 특정 아침 시사프로그램을 지목하며 “출근길 민심을 호도하고 있다. 좌파세력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고 썼다. 어떤 제작진은 ‘골수 좌파’라고 표현했다.

좌파 인물 출연을 고집한 PD가 다른 제작진과 수시로 충돌했다며 내부 사찰한 내용이 들어있는가 하면, 출연진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이를테면 안진걸 당시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등을 ‘좌파 선전꾼’이라고 언급했고, 이들을 단골로 섭외해 악담 수준의 토론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라디오 제작국에 극렬 노조원 등 문제 직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봤는데, 특히 “방송통신심위의원회 모니터링 요원 대다수가 전문성이 없는 40~50대 가정주부들이라 좌편향 보도를 잡아내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의 사찰 시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다.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자 이들을 사찰하고 정부 비판 세력을 종북으로 몰아간 걸로 보인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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