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라면 조금 먹고 쫄쫄 굶다가…여행가방서 숨진 9살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사망하게 한 계모가 지난해 6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원 천안지원으로 향하는 모습. 뉴시스

잔혹했던 여행 가방 속 아동 감금 살해 사건에서 엄마라 불리던 친부 동거녀의 끔찍한 행적이 드러날수록 9살이었던 아이가 받은 학대 상황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동거녀인 A씨(41)는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 받았다. 1심에서 받은 22년형을 줄여보고자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살인·상습아동학대·특수상해죄 혐의를 받는 A씨는 항소심에서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훈육을 이유로 지난해 6월 1일 정오쯤 충남 천안시 자신의 주거지에서 동거남의 아들 B군을 가로 50㎝·세로 71.5㎝·폭 29㎝ 크기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지퍼를 잠갔다. 가방 안에 옴짝달싹 할 수 없었던 B군은 그날 아침 짜장라면만 조금 먹은 상태였다고 한다.

A씨는 아이를 가방에 가둔 채 지인과의 점심을 위해 외출을 나가면서 자신의 친자녀 2명에게 가방에 나오는지 잘 감시하라는 취지로 말까지 했다.

아이가 살던 아파트 상가건물에 마련된 추모 공간. 뉴시스

집에 돌아온 A씨는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본 아이에게 더 작은 크기의 가방(가로 44㎝·세로 60㎝·폭 24㎝)에 들어가라고 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에서 언급한 것에 따르면 아이가 들어간 가방은 고개를 거의 90도로 숙이고 허벅지를 가슴에 붙은 자세를 취해야만 있을 수 있는 크기였다. A씨는 아이가 있던 가방 위에서 친자녀와 함께 올라가 뛰기도 했다.

A씨는 아이가 실밥을 뜯어낸 가방 틈은 테이프로 붙였으며, 뜨거운 드라이기 바람까지 불어 넣었다. 아이는 정신을 잃기 전 울면서 “아, 숨!”이라고 외쳤다는 사실도 최근 항소심을 통해 알려졌다.

거의 굶다시피한 B군은 7시간 넘게 비좁은 여행용 가방에 갇히길 반복했고, 어른도 버티기 힘든 160㎏의 무게를 23㎏였던 아이는 이기지 못하고 결국 질식해 숨졌다.

지난 29일 25년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우리 사회는 이 사건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며 “재판부 구성원 역시 시민으로서 사건을 검토하는 내내 괴로웠으나, 죄형법정주의 등 법 원칙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 고민 또 고민하면서 (형량 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와 10년 동안 아동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A씨가 지난해 6월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는 모습.뉴시스


B군의 이모 등 유가족은 검찰이 청구한 무기징역에 비하면 미흡한 처벌이며, A씨가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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