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세금내고 복지 누린다…독일의 반려견 제도 [개st상식]

"안녕, 오늘부터 너의 주치의란다" 독일에서 수의사가 담당한 강아지를 진료하는 모습. 독일의 반려견들은 담당 수의사(Tierarzt)를 배정받는다. culturetrip

독일은 반려견의 천국으로 불립니다. 전체 가구 중 약 20%가 개를 기르며 2019년 기준 등록된 반려견이 940만 마리입니다. 엄청난 마릿수에도 불구하고 모든 반려견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반려견에게 시민처럼 세금과 의료보험 등 엄격한 의무와 권리를 부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동물 유기, 학대, 불법 번식 등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모범 답안처럼 인용되는 독일의 반려동물 제도. 그 대표적인 내용을 소개합니다.

미국 언론 폴리티코가 2020년 기준 파악한 유럽 국가별 반려견 숫자. 독일은 1000만마리가 넘는 것으로 소개됐다. 미 Politico

등록번호에 여권까지…개도 시민이다

정책의 기본은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규모와 나이·지역별 분포 등을 알아야 세금을 걷고 복지 정책을 세울 수 있죠.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철저한 반려동물 등록 국가입니다. 독일의 견주들은 자신의 반려견을 국가 관리시스템에 등록해야 합니다. 또한 반려견의 등록번호를 내장칩 혹은 문신으로 표시해야 하죠.

독일에서는 반려견의 등록번호를 문신 혹은 내장칩으로 기록해야 한다. 독일 dw

예방접종 및 건강검진도 의무입니다. 각 반려견은 등록번호, 전염병 예방접종 정보, 혈액검사 결과를 기록한 공인 수의학 증명서(Tieraus Nicht-EU-Staat)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면 수백만원의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모되므로 그만큼 정성을 쏟을 사람만 개를 기릅니다.

반려견과 함께 EU 회원국으로 여행을 가려면 반려동물의 여권을 소지해야 합니다. 이 여권은 허가를 받은 수의사가 발급하며 견주 이름과 연락처, 개의 식별번호, 예방접종 현황 및 분양받은 장소가 적혀 있습니다. 반려견을 사실상 시민처럼 대하는 것을 알 수 있죠.

반려견의 여권에 기록되는 견공 등록번호. Steuerkazlei-friedrich

세금 내고 복지 누려…의무와 권리의 조화

독일은 반려견에게 시민과 동등한 의무와 권리를 부여합니다. 반려견도 세금을 내고 걸맞은 복지 혜택을 누리는 거죠.

독일의 견주들은 매년 한화 14만원 ~ 77만원의 동물 보유세(Hundesteuer)를 냅니다. 만약 견공이 은퇴한 탐지견이나 구조견이라면 세금을 감면받습니다. 동물 보유세는 개에게만 적용되며 실내 동물인 고양이, 기니피그 등에는 적용되지 않아요.

독일 베를린시 홈페이지에 게재된 반려견 세금 액수. 지역별로 다르며 한화 14만원~77만원까지 다양하다. 베를린시 홈페이지

세금을 냈으니 반려견의 사회적 지위는 탄탄합니다. 개들은 모든 공원을 자유롭게 출입하며 대부분 공원에는 울타리를 둘러서 개들이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펫 놀이터가 있습니다.

독일은 반려견에게도 대중교통 요금을 부과합니다. 돈을 냈으니 당당하게 버스, 전철을 이용하죠. 식당, 카페, 놀이공원, 쇼핑몰, 상점도 자유롭게 출입하며 식당에서는 견주에게 “반려견에게 마실 물그릇을 줄까요”라고 묻는 것이 일상이고요. 출입이 제한되는 식자재마트나 일부 식당은 입구에 목줄용 말뚝을 설치해야 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독일 베를린 내 공원 풍경. 목줄이 풀린 반려견들이 울타리 내 구역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Bringfido

"여기가 제 자리랍니다" 독일 반려견들은 버스, 지하철에 탑승이 자유롭다. 대부분 좌석 밑 공간에 앉도록 교육받았다. Relieved

반려견의 산책할 권리가 정치판을 뜨겁게 달군 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독일 정부는 반려견을 하루 1시간 이상 산책시킬 의무를 법제화했습니다. 반려견 대부분이 운동 부족에 시달린다는 통계 결과에 따른 조치였죠. 비록 처벌조항은 없지만 반려견의 복지를 존중한다는 선언적인 의미가 큽니다.

이 법을 발의한 줄리아 클뢰크너 농림부 장관은 “개는 갖고 노는 인형이 아니다. 그들의 자유로운 욕구를 존중해야 한다”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답니다.

"개는 인형이 아니잖아요. 그들의 욕구를 존중해야 합니다" 지난해 8월 반려견 산책 의무화 법안을 발의한 독일의 줄리아 클뢰크너 농림부 장관. 미 abcnews

불법 강아지 공장? 물림 사고? 독일은 걱정 없다

우리나라에는 건강한 반려문화를 위협하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펫샵 분양과 늘어나는 물림 사고입니다. 건강하지 않은 개를 속여 파는 관행과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는 견주들 탓에 반려견을 향한 비반려인의 시선이 곱지 않죠.

독일 정부는 두 가지 해법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공공보호소를 통한 유기견 입양을 사실상 의무화했습니다. 전문 브리더에게 분양받으려면 1000만원 가까운 돈을 내야 합니다. 반면 동물보호소 티어하임(Tierheim)의 입양비는 200유로(약 27만원)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입소한 유기견들은 예방접종, 동물 등록, 여권 발급을 마친 상태이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니 시민의 발길은 티어하임으로 향합니다.

독일이 자랑하는 공공 유기동물 보호소 티어하임(Tierheim) 전경. 사진은 베를린 시의 티어하임. Tierheim Berlin

티어하임 헨슈타트 울즈버그의 내부 풍경. Tierheim Henstedt Ulzburg.

독일의 한 전문 브리더 모습. 시설 면적, 자격 심사 등 요건이 까다롭기로 악명 높다. bichons

개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독일에서는 그 대응이 빠릅니다. 모든 견주가 책임보험(Hundehaftpflichverscherung)에 가입하기 때문이죠. 이 보험은 반려견이 일으킬 수 있는 개물림 사고, 교통사고 등 거의 모든 피해를 보상해준답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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