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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갑질’ 막는다… 아파트 경비원 휴식권 보장 강화


앞으로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에 분리수거·청소·주차관리 등 다른 업무를 많이 하면 법적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 받게 된다. 24시간 교대 근무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고용주는 경비원 휴게시설을 별도로 마련하고 월 4회 이상 휴무일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고용노동부는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입주민 갑질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아파트 경비원처럼 감시업무를 주로하면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감시적 근로자’, 시설기사와 같이 기계 고장 등 돌발상황에서 간헐적 근로가 이뤄지는 ‘단속적 근로자’는 고용부 장관 승인을 받아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을 받은 아파트 경비원은 93.7%에 달한다.

하지만 아파트 경비원 등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가 지속 제기되면서 정부가 승인 절차를 강화했다. 고용부는 앞으로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유효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기존 승인에 대해서는 향후 3년까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고용주가 승인 효력을 유지하려면 3년마다 갱신 신청을 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근로감독을 통해 처벌받는다. 승인요건을 반복으로 위반하면 일정 기간 승인을 내주지 않을 방침이다.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도 강화한다.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의 휴게시간이 보장되도록 경비실 외부에 휴게시간 알림판을 부착하고 입주민들에게 휴게시간 준수에 대해 공지해야 한다. 순찰 시간도 규칙적으로 바꿔야 한다. 휴게시설에 대해서도 장소 분리, 적정 실내온도 유지, 소음 차단, 위험 물질 노출 금지 등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임금 인상을 피하려고 사업장 상주시간을 유지하면서 휴게시간만 늘리는 편법 운영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휴게시간이 근로시간보다 많아질 수 없도록 상한을 설정한다. 또 감시·단속적 근로자에게 월 4회 이상 휴무일을 보장하도록 조치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을 덜 주려고 고용주가 휴게시간을 형식적으로만 늘리고 실제로는 휴게시간에도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아파트 경비원에게 분리수거·주차·청소·택배 보관 등 업무를 많이 시키면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승인하지 않고 근로기준법 근로시간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는 경비업에 따라 경비원이 경비 외 업무를 수행할 수 없지만, 공동주택 경비원은 오는 10월부터 공동주택 관리업무도 병행하도록 공동주택관리법이 개정된다. 고용부는 이 법이 시행되면 경비원이 경비 외에 다른 업무 수행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규정을 면제하는 승인을 취소하는 방향으로 8월까지 세부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재갑 장관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공동주택 경비원 등 근로자 보호가 한층 두터워지고, 제도 운용도 체계화되길 기대한다”며 “조속히 겸직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근무체계 개편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현장에서 법 준수와 고용안정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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