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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조용한 ADHD

ADHD 30% 과잉행동, 충동성이 없는 ‘조용한 ADHD’


S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다. 친구를 사귀지 못해 우울하다며 병원을 찾았다.

외모는 여성스러웠지만 어려서부터 남자 아이들과 주로 어울려 노는 편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경부터는 남자 아이들은 동성끼리 어울리고, S는 여자 아이들과 관심사도 다르고, 좋아하는 놀이도 다르다 보니 어울리기가 힘들었다. 학년이 바뀌면 여자 친구들이 다가와서 잘 지내다가도 5월쯤 되면 어김없이 친했던 친구들이 멀어지고 어느새 혼자만 남는다고 하였다.

차츰 S는 자신이 문제가 있는 사람이고 아무도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 말했다. 그래서 차라리 혼자 공상하며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를 만들며 놀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하고만 소통하며 지냈다. 그림을 서로 그려서 올리고 스토리를 만들어 올리는 카페로 원래 그림 그리며 공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S는 점점 그 활동에 빠져들었다. 잠도 자지 않고 새벽까지 인터넷 카페 활동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드니, 지각하기 일쑤였다. 학교 친구들에게는 차츰 관심도 멀어져가고 스스로도 더 고립시켜 갔다.

S와 이야기를 해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가끔 멍 때리다가 핀트 벗어난 말을 하고, 뜬금없는 질문을 하기도 하였다. 눈도 지속적으로 맞추지 못하고 주변을 자주 두리번거리곤 하였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였다.

이런 느낌을 완곡하게 표현하니 “맞아요. 친구들도 저에게 대화가 안 된다고 해요” “관심 있는 것이 다른 것도 있구요. 아이들은 연예인 특히 아이돌에 관심이 많은데, 전 별로거든요” 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 떠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배신하는 거죠. 그래서 친구를 사귀기 싫어요” 하지만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하였다. 이유를 찾아보기 위해 몇 가지 검사를 해보았다.

지능검사와 집중력 검사를 해보니 다른 지능에 비해서 집중력이 현저히 부족했다. ‘집중력 장애’였다. 일명 ‘조용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이하 ADHD)’. S는 저학년때 까지는 공부도 곧 잘 했고, 어려서부터 행동이 산만하지도 않고 충동성도 없었으며, 순하고 밝은 아이였다. 그림을 그릴 때, 레고놀이를 할 때는 몇 시간 동안 꼼짝 않고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었다.

그래서인지 부모는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실상 ADHD의 30%는 과잉행동, 충동성이 없는 ‘조용한 ADHD’ 이다. 이들은 집중력이 부족하지만 좋아하는 것에는 지나치게 과몰입하여 집중력이 좋다는 오해를 산다. 하지만 자신이 원치 않고 지루하거나 흥미를 못 느끼는 일에는 현저히 집중을 하지 못한다. 저학년 까지는 행동으로 문제를 드러내지 않으므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실제로 또래 여자 아이들과 집단치료를 해보니 S의 문제가 확연히 드러났다. 아이들과 대화하는 중에도 시간이 지나자 딴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말을 시키면 상황과 맥락에 살짝 벗어난 대답을 하니 아이들이 뜨악해 하고 ‘대화가 안 통한다’ 는 말을 할 만 했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초등학교 때에도 언어적인 의사소통이 친구 관계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S는 문제의 원인을 찾게 되었고 간단한 치료로도 쉽게 치료가 되는 경우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학교의 친구들과 잘 지내니 자연스럽게 온라인 카페 활동은 줄어들었고, 어려서의 활발함과 밝은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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