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회식 NO, 도시락 회의 OK?… 아리송한 ‘5인 미만’

4인 이상 모임 금지 그래픽. 국민일보 DB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공유오피스. 이용객들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두고 앉는 등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먹을거리와 인덕션 등 간이 조리시설이 마련돼 있어 함께 식사도 가능해 보였다. 이용자 A씨는 “일할 때는 마스크를 쓰는 등 방역수칙을 잘 지키지만, 함께 밥을 해 먹기도 한다”며 “서로 다른 업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도 업무를 수행하는 ‘공적 모임’이라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집합금지’ 방역지침이 유지되고 있지만 업무로 인한 공적 모임은 예외로 둔 탓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적·사적 모임 성격이 혼재된 다양한 사례가 발견되고 있는데 이를 일괄적으로 구분하는 것도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업무로 인한 공적 모임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업무의 연장선’으로 사적·공적 모임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상도 나타난다. 서울 강남구의 직장인 박모(31)씨는 ‘5인 미만 사적 모임’ 금지 후 음식점에서의 회식 대신 회사로 도시락을 배달시켜 함께 먹고 있다. 박씨는 “회의를 대면으로 해야 하는 탓에 도시락을 먹으며 하는데 평소 마스크를 잘 쓰더라도 모여서 식사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토로했다.
공적·사적 성격이 혼재된 다양한 사례에 대해 방역 당국도 난색을 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사업장을 현장점검할 때는 기본적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공적·사적 모임에 대한 해석지침을 적용하되 소관 국에서 판단해서 적용한다”면서도 “현장에서 발견되는 케이스가 다양한 만큼 적용지침에 대한 의견이 나올 경우 방역 당국에 개정 권유를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업무를 수행하는 집단을 기준으로 ‘공적 모임’을 판단할 때, 여러 업체가 함께 이용하는 공유오피스 또는 코워킹스페이스 같은 공간에 대해서는 점검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코워킹스페이스 관계자는 “최근 구청 관계자가 방역 점검을 위해 방문했는데 ‘B업종’ 담당이라며 입점 이용객 중 B업체 대표와만 면담하고 공간 전체를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경우 음식점은 시민건강국, 학원은 평생교육국, 실내체육시설은 관광체육국이 점검하는 식으로 개별 사업장에 대한 방역 점검은 소관 국이 나눠 담당하고 있다.
일각에선 사적·공적 모임을 구분해 집합 인원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역 당국의 기준이 비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들이 모임을 갖지 않게 하는 심리적 효과는 있겠지만 공적 모임을 예외로 두는 것은 개인 사생활을 옥죌 뿐인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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