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 기다렸어요”… 위키드, 날아오르다[인터뷰]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위키드’의 주연 배우 인터뷰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뮤지컬 '위키드' 인터뷰에 앞서 (왼쪽부터) 뮤지컬 배우 남경주, 진태화, 손승연, 옥주현, 정선아, 나하나, 서경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2021년에 맞서 초록 마녀가 날아올랐다. ‘위키드’의 주역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 모인 건 개막 일주일 만인 23일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터뷰가 취소된 지 두 달여 만에 재개한 행사다. 5년 만에 돌아온 위키드지만, 야속한 팬데믹 상황은 번번이 위기를 안겼다. 안갯속에서도 묵묵히 공연 준비에 매진했고 마침내 관객을 만났다.

이날 인터뷰에는 경력직 옥주현과 정선아, 신입 손승연과 나하나가 참석했다. 상황이 악화할수록 무대에 설 날을 고대하며 남모르게 마음고생 했을 이들이었다. 배우들의 얼굴에서 탈 없이 관객과 만났다는 안도감과 마침내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할 수 있다는 설렘이 읽혔다. 이들은 작품 이야기에 앞서 한 목소리로 “무대에 설 수 있어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혼란 속에도 공연장을 찾아 준 관객에게 전하는 인사였을 거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뮤지컬 '위키드' 인터뷰에 앞서 초록마녀 엘파바를 연기하는 옥주현(오른쪽), 손승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초록 마녀의 기세는 대단하다. 오픈 회차 대부분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탄생 10주년을 맞은 2013년 국내 한국어 초연했고 2016년에 재연 무대를 올렸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초록빛 피부를 지닌 정의로운 엘파바(옥주현·손승연)와 겉과 속 모두 아름다운 글린다(정선아·나하나)가 에메랄드 시티에서 겪는 여정을 담는다.

2013년 한국어 초연을 이끈 최초의 엘파바 옥주현에게 이번 공연은 더 각별하다. 재연에 참여하지 못했기에 7년 만에 위키드 무대에 선다. 옥주현은 “참 오래 기다렸다”며 웃었다. 엘파바는 남들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온갖 조롱에도 개의치 않고 둠칫둠칫 춤을 출 때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주변의 손가락질보다 중요한 건 정의와 올바름이었다. 엘파바는 딜라몬드 교수를 지키기 위해 곧은 소리를 쏟아냈다. 오즈의 마법사의 회유에도 어림없이 꼿꼿했다. 옥주현은 “초연보다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아 인생의 질문을 던져보겠다”고 말했다.

뮤지컬 '위키드' 중 한 장면. 클립서비스 제공

한국어 위키드 모든 시즌에서 글린다를 맡은 정선아는 “초연 때는 마냥 기뻤고, 재연 때는 여유가 있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떨린다”며 “이전과 다른 시대(코로나19)가 왔다. 위키드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공연을 즐겨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드는 악한 줄 알았던 초록 마녀가 실은 불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받는 착한 마녀라는 상상에서 시작한다. 착한 금발마녀 글린다는 아름다운 외모로 인기를 독차지하던 허영덩어리 소녀였다는 점도 기발하다. 전혀 다른 두 마녀가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 어떻게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로의 삶을 살게 됐는지를 매혹적인 스토리로 풀어낸다.

이 둘의 관계성이 핵심인 만큼, 감상 포인트도 엘파바와 글린다의 호흡에 찍힌다. 초연 당시 가장 먼저 엘파바와 글린다의 호흡을 맞췄던 옥주현과 정선아의 만남은 세간의 화제였다. 정선아는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 했고, 옥주현은 “정선아라는 글린다를 보유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뮤지컬 '위키드' 중 한 장면. 클립서비스

또 다른 엘파바 손승연의 기세도 만만찮다. 창작진 만장일치로 캐스팅됐는데,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엘파바인 이디나 멘젤의 외모와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며 극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손승연 역시 엘파바 역에 굉장한 욕심을 냈다고 한다. 모든 계획을 미루고, 엘파바를 위해 달려왔다. 그는 “정규 앨범 발매를 준비하다가 합류했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위키드여서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막 엔딩곡이자 엘파바의 메인 넘버인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는 위키드의 상징이다. 올해도 엘파바는 이 장면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한다. 돌연변이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주제 의식이 담겨있다. 손승연은 “하늘을 날면서 노래를 불러야 해서 매우 힘든 장면”이라며 “가사가 요즘 시대와 딱 들어맞아서 그 의미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뮤지컬 '위키드' 인터뷰에 앞서 글린다를 맡은 배우 정선아(오른쪽), 나하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처음부터 끝까지 극의 중심을 잡는 건 글린다다. 외모에만 신경 쓰는 허영심 가득한 인물인 줄 알았는데, 정의감도 유별났다. 글린다의 대표 넘버(음악) ‘파퓰러’(Popular)가 공연장을 메울 때는 동화 속 한 장면이 무대에 그대로 구현된 것 같았다. 글린다의 요염하고 능청맞은 연기가 몰아치듯 펼쳐지는 게 일품이다. 정선아는 “파퓰러가 나오는 장면은 원래 웃음소리가 큰데, 지금은 (공연장에서 함성이 금지돼) 조용하다”며 “‘내가 이제 안 웃기나?’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눈과 박수 소리를 들으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매력의 글린다는 뮤지컬계의 블루칩 나하나가 낙점됐다. 당초 엘파바의 동생인 네사로즈 역에 지원했지만 극적으로 글린다로 캐스팅됐다. 그는 “글린다가 돼 무대에 올랐을 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며 감격했다.

위키드는 베테랑 배우들에게도 어려운 공연으로 꼽힌다. 장면 전환이 54번 이뤄지는데, 한 번도 암전되지 않고 이어진다. 옥주현은 “한 번도 불이 꺼지지 않는 화려한 공연으로, 이 작품이 힘든 이유는 쉬는 시간 없이 배우들이 매우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키드는 2003년 초연 이후 모든 도시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브로드웨이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세 작품 중 금세기 초연작은 위키드가 유일하다. 브로드웨이 거쉰극장에서는 하우스 기록을 22회 이상 경신했고, 매주 180만 달러(약 21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3년 12월 마지막 주에는 종전의 자신 기록을 깨고 주간 박스오피스 320만1333달러(약 35억원)를 기록해 브로드웨이 북미 포함 주간 매출 300만 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작품이 됐다. 2013년 2월 ‘오페라의 유령’의 기록을 깨고 9년 연속 브로드웨이 박스오피스 1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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