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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온도계 알아서 사라? 이런 주먹구구” 병원장의 분통


경기도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24일 “정부 지침이 명확하지 않고 (병원이) 알아서 준비하라는 것도 많아 너무나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A원장은 “백신을 보관할 냉장고와 온도계를 직접 구하라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고 했다. 관할 보건소는 백신 보관용 냉장고의 온도가 영상 2도~8도를 벗어나면 알람이 울리는 디지털 온도계를 구매하라고 지침을 내리면서도 어떤 제품을 사야 하는지 또 나중에 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19 백신 첫 국내 접종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요양병원 등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제대로된 지침이 없거나 중요 정보 등이 없어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에 따른 비용이 추후 보전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지원금 규모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일부 영세한 요양병원은 비용을 치른 만큼 돌려받지 못하면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요양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백신을 여유분 없이 접종 대상자 수에 딱 맞춰 제공하기 때문에 제때 접종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B간호사는 “인원수에 맞게 백신을 준다는데 한 치 오차도 없이 약을 주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답답해 했다. 약을 주사할 때 종종 주사기에 공기가 차기 때문에 약을 조금씩 버리게 되는 상황이 현장에서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cc 주사약 한 병으로 한 사람 당 0.5cc씩 주사해 10명을 접종하는 것이 목표지만, 현장에서는 한 병 당 한두 명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지난주 수도권의 한 요양병원에선 환자의 접종 동의 여부를 확인하라면서 확인 기간을 이틀밖에 주지 않아 한바탕 진땀을 빼는 소동이 있었다고 한다. 이 병원에서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C씨에 따르면 관할 보건소는 지난 15일 환자들의 접종 여부를 파악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면서 기한을 16일로 정했다. 이 때문에 요양병원 종사자 전원이 환자 및 보호자에게 일일이 의사를 물어보는 일에 매달려야 했다.

C씨는 “(접종 동의 여부를 입력하는) 질병통합관리시스템 서버가 마비되는 바람에 (입력 기한이) 하루 연기됐지만 이렇게 중요한 국가 중대사를 조급하게 처리하다 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주사기를 잡느냐’를 두고 의사와 간호사 간 미묘한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혹시 부작용이 생기면 자칫 주사를 놓은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할 수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정부가 책임진다고 하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면 일선 의료진에 책임을 떠넘기지 않겠느냐는 불신도 없지 않다. 일부 의료진은 정부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것을 요구했다.

접종 시작일을 놓고도 현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분위기다. C씨는 “관할 보건소는 ‘빠르면 26일’이라고 하지만 시행 일시에 대한 확답은 주지 않아 정확한 접종 날짜를 모르는 상태”라고 전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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