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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사냥의 낭만? 환경단체 “낚싯줄만 지운 건 꼼수”

교보문고 광화문글판 수정에 재차 비판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외벽의 글판에서 작업자가 크레인에 올라 낚싯대 등 배경 그림의 기존 이미지 일부를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부가 고래를 낚는 그림으로 논란이 일었던 교보빌딩 광화문 글판의 부분 수정 작업에 환경단체가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잘못된 부분을 해결했다기보다는 임시방편으로 수정한 것이라는 취지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전날 25일 SNS에 성명서를 올리며 “낚싯대와 낚싯바늘이 없어진다고 해서 교보생명 측의 반생명적인 메시지가 완전히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24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외벽에서는 낚싯대 등 글판 배경그림의 기존 이미지 일부를 지우는 작업이 이뤄졌다.

핫핑크돌핀스는 “한 낚시꾼이 멸종위기 국제보호종 혹등고래를 사냥하는 그림을 배경으로 넣은 것에 대해 핫핑크돌핀스가 문제를 제기했고 많은 시민이 호응했다”며 “이 문제가 다시 이슈가 될 가능성이 생기자 교보생명 측에서는 서둘러 어제(24일) 낚싯줄과 바늘을 그림에서 잘 보이지 않게 지웠다. 고래사냥 그림을 ‘일부 수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48) 공동대표는 이날 국민일보에 “꼼수를 부려서 사냥하는 것만 안보이게 지운 것일 뿐 콘셉트는 그대로”라며 “내부 결정을 거쳐서 바꿀 줄 알았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후위기 시대에 많은 해양 동물이 줄어들고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고래”라며 “200년 이전에 고래를 잡던 낭만을 이 시대에 그대로 가져와서 내건다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덧붙였다.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외벽 글판의 배경 그림 수정 전(사진 위쪽)과 수정 후(사진 아래쪽)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30일 ‘겨울편’ 글판이 걸린 이후 글판의 배경그림이 고래 등 해양동물 보호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어부가 배 위에서 낚싯대를 이용해 대형고래를 잡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핫핑크돌핀스 등 몇몇 환경단체들은 해명과 글판 교체를 요구하며 항의 공문 발송, 1인 시위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이에 교보생명 측은 “2020년 광화문 글판 겨울편은 김종삼 시인의 시 ‘어부’에서 일부 구절을 발췌했고 디자인은 시의 전문 느낌을 살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고래를 낚겠다는 ‘포경 의지’를 표명한 것이 결코 아니며 상징적 이미지를 활용한 ‘표현의 자유’로 이해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앞으로는 광화문 글판 제작에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한편 고래류는 개체 수가 급감해 전 세계적으로 대형고래의 포획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 역시 1986년부터 고래 사냥과 포획 등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김아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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