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내 가게에서 아내가 남편 가게에서” 불법 환전 기승

제주도, 제주 첫 지역화폐 부정유통 합동 조사
할인율 악용 사례 확인, 일부엔 자료제출 요구


제주도가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첫 지역화폐(탐나는전)를 발행했다. 그런데 발행 석 달 만에 종이상품권을 활용한 불법 환전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제주도는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자치경찰단과 합동으로 조사반을 편성해 지역화폐 부정유통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8건 중 6건에서 불법 행위를 확인하고, 2건에 대해서는 매출 증빙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불법 환전은 지역화폐 구입시 적용되는 10% 할인 혜택을 악용해 이뤄진다. 가맹점 주가 지인이나 가족 명의로 지역화폐를 구매한 뒤 자신의 가게 수익인 것처럼 은행에서 환전해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제주 지역화폐 구매 한도는 1인당 연 500만원이다. 10% 할인율을 적용할 때 실제 소비자가 지역화폐 500만원 어치를 구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450만원이지만 화폐를 은행을 가져가면 500만원 전액을 환전받을 수 있어 할인율만큼 차익이 발생하게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여러 사람을 동원하면 적지 않은 불법 이익을 얻게 된다.

제주도가 발행한 3종류의 화폐 형태(모바일형, 카드형, 종이형) 가운데 불법행위가 빈번한 것은 종이형이다. 모바일·카드형과 달리 물건 구매 내역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 이상 가게 매출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세금이 늘어나지 않고, 종이상품권은 모바일·카드형과 달리 은행 환전 시 수수료 부담도 없다.

이번 제주도 합동 조사에서는 남편 명의 사업장에서 아내가 구매한 상품권을 환전하고 반대로 아내 명의 사업장에서 남편이 구매한 상품권을 환전하는 등 가족을 동원한 사례가 가장 흔하게 확인됐다.

일부 상인들은 불법 환전 방법을 알리며 참여할 사람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발된 이들에게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가맹점 등록을 취소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의심 사례로 파악되고 있는 가맹점 주의 환전 행위를 지속적으로 예찰해나갈 예정이다.

최명동 일자리경제통상국장은 “제주 지역화폐는 선량한 소상공인의 매출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가 예산을 투입해 발행하는 것”이라며 “할인 혜택을 악용해 차익을 남기는 속칭 ‘깡’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