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치킨값 선결제하고 간 고객도 있습니다” [인터뷰]

‘철인7호’ 홍대점 박재휘 사장
“형제 편지 받고 너무 고마워…코로나 상황에 큰 힘”

박재휘씨 제공, 철인에프앤비 제공

지난 25일 거리를 헤매던 형제에게 치킨 한접시를 건넨 어느 치킨집 사장님의 사연( ‘[아직 살만한 세상] “그날, 따뜻한 치킨 감사합니다’)이 전해진 뒤 독자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출근길 가슴 따뜻해지는 기사” “행복해지는 이야기” 같은 반응도 많았지만 “제가 형제의 치킨값 낼게요” “이런 분들은 돈으로 혼쭐을 내드려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쏟아졌다.

사연인즉 이랬다. 프랜차이즈 치킨 ‘철인7호’ 가맹점을 운영하는 박재휘(31·서울 홍대점) 사장은 지난해 가게 앞에서 쭈뼛대는 형제를 발견하고는 ‘공짜 치킨’을 건넸다. 그 이후로도 박 사장과 인연을 이어나가다 소식이 끊긴 형제는 코로나로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는 소식을 듣고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박 사장의 선행을 알리는 손편지를 보냈다. 본사가 편지를 공개하면서 박 사장과 형제의 인연도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가슴 푸근한 이야기의 주인공인 박 사장을 26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코로나 이후 내내 적자여서 가게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고 있다는 그는 “(기사가 나간 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감사한 하루를 보냈다”며 “형제가 일찍 철이 든 것 같았다. 잘 자라 좋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도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너무 많은 사람이 가게로 방문해주셨고 전화도 많이 왔습니다. 잔돈을 받지 않는 분, 봉투를 놓고 가신 분이 계셨습니다. 어떤 분은 형제가 오면 또 치킨을 주라며 선결제를 하고 가셨죠. 또 다른 분은 주문하시는 척 들어오셔서는 마스크 2박스를 놓고 도망가듯 나가셨습니다. 정말 감사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부터는 또 이전과 변함없이 열심히 살아가야죠. 내일부터는 아르바이트를 할 것 같습니다.”
jaehuip 인스타그램 캡쳐. 네이버 뉴스 댓글 캡쳐.

-치킨집 사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건가요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왔는데 어제오늘 못 나갔습니다. 내일부터는 아르바이트를 다시 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거나 브런치 카페에서 양파 까기, 청소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치킨집에 출근해서도 중간중간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정말 크군요

“코로나 전에는 장사가 정말 잘됐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출이 80% 가까이 떨어졌어요. 코로나 이후에 흑자인 적이 없었습니다. 가게 월세, 공과금, 인건비까지 나가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닌 데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정말 답답했습니다. 아직도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가 큰 숙제인 것 같습니다.”

-형제를 만났던 당시 상황은

“그날따라 장사가 안됐어요. 담배 한 대를 피우러 나왔는데 한 형제가 가게 앞을 서성이더군요. 치킨을 외치는 동생과 어금니를 꽉 깨문 형을 보고 그들이 어떤 상황인지 짐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가게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저는 저 나름의 힘든 사정이 있지만 그 친구들은 더 힘들었을 겁니다. 동생이 치킨을 먹고 싶어 하는데 5000원밖에 없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속상했습니다. 누가 봤더라도 똑같이 형제에게 도움을 줬을 겁니다.”


-치킨 양이 많아서 형은 ‘돈을 내라고 할까’ 걱정을 했다지요

“네 맞습니다. 평소 많이 나가는 메뉴를 형제에게도 줬습니다. 사실 그 메뉴가 닭 한 마리 반 양인데 형제에게는 두 마리를 줬습니다. 크는 학생들인데 많이 먹어야죠.”

-동생이 종종 찾아왔다는데 이발도 해주셨나요

“처음 만난 날 이후로도 서너 번 찾아왔습니다. 형이 화장실에 가는 동안 형제의 동생과 눈이 마주쳤는데 아이가 웃고 있었습니다. 그 미소가 너무 예뻐서 동생에게 제 명함을 줬습니다. 배가 고프면 언제든 오라고 말이죠. 하루는 덥수룩한 아이 머리가 눈에 띄더라고요. 바로 미용실로 데려갔죠. 머리를 자르면 더 예쁠 것 같다는 생각에 데려갔습니다.”

-언제까지 형제들과 인연을 이어갔는지, 아직 연락이 없는 건가요

“아직 연락이 없네요. 몇 달을 보다가 날이 추워지고 난 이후부터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형제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형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지를 받고 얼마나 반갑던지. 잘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든 상황인데 편지가 정말 큰 힘이 됐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형제가 또래보다 일찍 철이 들었다는 게 느껴집니다. 성숙한 친구니까 뭘 해도 잘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잘 성장해서 꼭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먼저 본사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본사에서 월세 2개월치와 식자재 비용 등 여러 부분을 지원해주셨습니다. 또 고객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기사가 나간 이유 전국 각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방송국에서도 연락이 왔죠.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김아현 인턴기자

[아직 살만한 세상] “그날, 따뜻한 치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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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에 공짜 치킨…제대로 ‘돈쭐’난 홍대 사장님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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