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 처벌됐지만, 내 아들 여전히 고통 속에 산다”

SBS '그것이알고싶다' 캡처

최근 체육계, 대중문화계를 중심으로 학교폭력 피해 폭로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주목받으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를 엄벌한다고 피해자 상처가 저절로 치유될까. 학교폭력 피해자인 박인우(20·가명)씨는 가해자 처벌 만으로 트라우마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들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는 한 상처가 조금도 아물지 않는다고 했다.

박씨는 2018년 거제의 한 교회에서 A씨 등 동급생 4명에게 이른바 ‘기절 놀이’로 학교폭력을 당했다. 이들은 박씨를 수시로 때리고, 의식을 잃고 기절할 때까지 목을 졸랐다. 심지어 박씨의 어머니를 성폭행하겠다고 협박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A씨 등 가해자 4명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고, 최근 항소심에서 가해자 전원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박씨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항소심 소식을 듣고는 되레 방문을 걸어 잠갔다. 가해자들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두려웠다. 학창 시절 당했던 일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라 견딜 수 없었다.

어머니 채모씨는 지난 24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아들에게 재판 결과를 전하니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다. 왜 그 애들을 떠올리게 하냐’며 괴로워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가해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만 들어도 화를 내고 힘들어한다. 당시 기억이 떠오르는 거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픈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가해자 중 누구에게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듣지 못했다.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게 됐지만 박씨의 상처는 여전하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가해자들이 전원 유죄를 받았지만 아들은 웃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파했어요. 가해자들에게 처벌이 내려졌지만, 아들의 고통은 사라질 것 같지 않네요. 가해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들의 아픔에 대해서는 아직 사과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처벌 역시 아직은 현재진행형이다. A씨와 B씨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기 때문이다. 어머니 채씨는 “끝까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허탈하다”며 “어쨌든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반성도 할 거다. 대한민국에 정의와 법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앞서 창원지방법원 제1항소부는 지난 18일 폭행·공동폭행·상해 및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일명 ‘거제 학폭 기절놀이’ 피고인 A씨 등 4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주범 격인 A씨와 B씨에게는 각각 장기 2년 6개월·단기 2년, 장기 10개월·단기 8개월의 부정기 징역형이 선고됐다. 또 A씨는 신상정보공개 10년, 성폭력사범 재범방지 교육 40시간을 명령받았다. 단순가담자 C씨와 D씨도 장기 6개월·단기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했고, 일부 폭행은 그 정도가 매우 중하다”며 “피고인들은 범행 이후 형사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진술을 담합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고립됐다”며 “현재까지도 피해자에 대한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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