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봉 넘다 사고로 숨진 배달원… “업무상 재해 아냐”


배달근로자가 위법한 진로 변경을 하다가 사고로 숨진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배달원 A씨(사망 당시 54세)의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음식배달업체 소속인 A씨는 2018년 6월 오토바이로 김밥 배달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사고로 숨졌다. 유족들은 배달 업무 중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무리하게 진로 변경을 하다가 사고가 났고, 그로 인해 사망했기 때문에 산업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족은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으나 위원회도 이 사건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청구를 기각했다. 유족들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도 A씨의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A씨의 불법적인 진로 변경에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A씨는 6차로에서 4차로로 진로 변경을 하고, 그곳에서 3차로로 다시 진입하다가 3차로에서 직진하던 차와 부딪혔다. 4차로와 3차로는 백색 실선으로 구분돼있고, 시선 유도봉도 설치돼 있는 등 진로변경이 금지된 구간이었다. A씨와 부딪힌 운전자는 사고 이후 “오토바이가 시선 유도봉 사이를 넘어서까지 들어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고 진술했다.

산업재해보상법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과실을 이유로 보험급여 책임을 부인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의 범죄행위 등으로 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판단이 달라진다. 재판부는 “망인은 해당 구간의 진로변경이 금지됨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시선 유도봉 사이로 차로를 변경했다”며 “업무 수행 중이긴 하지만 도로에서 위법한 진로변경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업무수행의 통상적 범위 내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도로 사정 상 좌회전을 하려면 무리한 진로변경이 불가피했다는 유족 측 주장에 대해서도 “좌회전을 위해 우회하거나 애초 배달을 마친 아파트의 다른 출입구로 나올 수 있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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