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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안 보고 미슐랭 별점 매기나” 중수청 추진에 검찰 ‘부글’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해 검찰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태에 이어 ‘검란(檢亂)’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찰청이 일선 검찰청 의견을 취합 중인 가운데 법조계에선 윤 총장의 입장 표명 수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수사권과 기소권은 권력분산과 전문성 차원에서 분산돼 가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근거로 독일과 영국의 검찰 제도를 들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수사·기소 분리가 검찰개혁 궁극 목표임은 정파 불문 동의했었다”며 힘을 실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수사·기소 분리가 국제적 흐름’이라는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박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기소 분리는 ‘미슐랭 가이드’ 심사요원에게 직접 음식은 먹지 말고 손님 댓글만 보고 식당에 별점을 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공소유지 과정에서 수사과정의 법적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빈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추 전 장관 등 여권에서는 영국 제도를 선진 모델로 꼽는다. 실제 영국은 일반 사건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사는 기소만 담당한다. 다만 양국 제도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영국은 전통적으로 국가의 범죄 개입을 최소화해왔다. 1829년 처음 경찰 제도가 생겼고, 1985년 경찰의 권한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을 만들고 수사·기소를 분리했다. 1988년에는 경제범죄, 부패범죄 수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대범죄수사청(SFO)를 만들었다. SFO에서는 수사와 기소가 함께 이뤄진다. 오히려 중대범죄 대응 강화를 위해 수사·기소를 모두 담당하는 기관을 다시 만든 것이다.

추 전 장관은 독일 중점검찰청 제도를 근거로 독일 검찰이 자체 수사 인력은 보유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독일은 형사소송법에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규정한다. 사실상 중대 사건의 경우 검찰이 경찰을 수사요원처럼 지휘해 수사한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디젤 게이트 사건도 독일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섰던 사례로 꼽힌다.

여권에서는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무리한 수사로 몰락했고 한국 검찰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인 국회의원 부부를 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뿌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여전히 특수부의 권력 견제 기능은 유지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중수청 법안이 본격 추진되면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지난 윤 총장 징계 사태 때보다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중수청 법안은 사실상 검찰청 폐지 법안인 만큼 검사장 회의를 비롯해 집단 사표 등의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윤 총장은 중수청 법안에 대해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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