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운동도 왜곡… 日극우 저서 인용

“주민들 찬성하는데 엘리트·운동가들이 반대” 논문, 지난해 1월 발표
오키나와타임스 보도… “학문의 옷 입은 차별, 해악 커”

미국 하버드대 마크 램지어 교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로 왜곡한 논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일본 오키나와현 미군기지 반대 주민들에 대해서도 일 극우 진영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며 비방하는 논문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오키나와타임스는 28일 “램지어 교수가 ‘오키나와현 미군기지를 현 내부 헤노코 해변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일반 주민들은 찬성하는데 현지 엘리트와 본토에서 건너온 시민운동가들이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반대하고 있다’고 분석한 논문을 발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하층사회에서의 상호감시 이론: 피차별 부락 출신자, 재일 한국인, 오키나와 주민들의 사례’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월 발표된 이 논문은 현재도 하버드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전문이 게재돼 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그간 미군에 의한 범죄,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2022년 반환 예정인 미군 기지(후텐마 비행장)를 다시 현 내부로 이전하는 일에 반대해왔다. 지난 2019년 2월 오키나와 주민투표에서 72%가 이전 반대에 표를 던질 정도로 미군 기지 반대 여론이 거세다. 헤노코 이전을 강행하려는 일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본 우익 진영에게 이런 오키나와는 한국과 함께 주된 공격 대상이었다.

램지어 교수는 문제의 논문에서 일본 우익들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했다. 그는 오키나와의 공무원들과 군용지 땅 주인들을 ‘오키나와 내부 엘리트’로 규정하며 “이들이 자신의 급여와 땅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갈 전략’의 차원에서 미군기지 헤노코 이전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에 더해 일본 본토에서 건너온 미군기지 반대 시민운동가들의 사익 추구 탓에 오카나와 일반 주민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위안부 왜곡 논문과 마찬가지로 오키나와 비방 논문에서도 직접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오키나와 기지와 관련해 실제 사실과 다른 허위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램지어 교수는 후텐마 비행장에 대해 “옛 일본군이 토지를 구입해 1942년에 공사를 시작했다”고 썼는데, 후텐마 부지는 1945년 미국이 오키나와 전투에서 승리한 뒤 강제 점령한 곳으로 일본군은 공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오키나와타임스는 전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에서 오류를 범한 것이다.

램지어 교수는 또 논문에서 일 본토 대부분이 기아를 간신히 면하고 있던 종전 직후 미군이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대량의 소고기 등 식량을 선뜻 배포했다고 썼다. 하지만 당시 실제로는 오키나와 수용소에서 영양실조로 숨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고 오키나와타임스는 지적했다. 이 같은 허위 내용은 ‘오키나와를 정말 사랑한다면 현민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아 주세요’ 등 극우 진영 인사들의 저서에서 인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램지어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논문에 넣고도 참고문헌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자의적 인용으로 연구 윤리를 위반한 것이다.

램지어 교수가 참고문헌으로 올린 책에는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의 설립자로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진 극우 인사 사쿠라이 마코토의 저서가 포함됐다.

오키나와타임스는 램지어 교수가 유소년 시절을 일본에서 보내고 2018년 일본 정부 훈장인 욱일장을 수상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하버드대에서의 공식 직함도 ‘미쓰비시 일본법 연구 교수’로 돼 있다.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후원을 받는 자리다.

오키나와타임스는 “학문의 옷을 입은 차별의 정당화는 해악이 크다”며 “하버드대라는 명문대학의 이름 때문에 오키나와에 대한 차별과 유언비어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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