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란 핵합의’ 복원 난항… 이란 “美와 물밑 대화 부적절”


이란 핵 합의를 되살리겠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약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이란은 유럽연합(EU)의 중재 하에 미국과 직접 대화를 열자는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복원한 경제 제재를 선제적으로 해제하라는 이란 측 요구에 바이든 행정부가 난색을 표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3개국(영국·프랑스·독일)의 최근 행동과 입장을 미뤄, 이란은 EU 중재자가 제안한 비공식 협상에 나서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미국은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제재를 끝내고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란 핵 합의의 공식 명칭)의 약속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이란이 미국과 직접 대화를 열자는 EU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서구권 고위 외교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는 “이란의 반응은 2015년 핵 합의를 외교적으로 되살리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희망을 수포로 돌린 건 아니다”면서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차관은 지난달 21일 이란 국영 TV 인터뷰에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미국, 이란을 포함한 비공식 회담을 제안했었다”며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협력국과 이 문제를 협의 중이며 차후 이 제안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은 이란의 협상 거부 입장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다만 백악관은 “양측이 (이란 핵 합의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외교를 다시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P5+1(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파트너 국가들과 협의해 최선의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양측 간 대화는 당분간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이란력으로 새해를 맞는 이달 20일부터 연휴가 시작돼 이 기간 중에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이란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이란 측으로서도 미국과 대화에 나서기는 시기가 적절치 않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25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미군이 시리아 내 친(親)이란 민병대 시설을 공습한 것도 협상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 내부에서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하는 기류도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핵 합의를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는 등 양측 간 불신을 쌓은 탓에 대화를 재개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해 제재 해제 등 유인책을 제안할 생각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위 관리는 FT에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어떤 제스처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이란의 대화 거절이 “외교 협상 과정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아직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