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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료비 자율표시제 최초 시행… 소비자 불신 완화될까

[들쑥날쑥 반려동물 의료비 격차] (하) 불신 가득 동물병원 의료시장, ‘진료 표준화’ 없이 대안 없다


값비싼 의료비와 과도한 비용 격차 등으로 반려동물 의료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경남도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를 시행해 업계에 미칠 파급효과가 주목된다.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은 아니지만 의료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가격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남도는 지난해 10월 창원시에 있는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진료비 자율표시제를 시행했다. 초진·재진료, 예방접종, 흉부방사선, 복부초음파 등 20가지 다빈도 진료 항목의 가격을 각 동물병원이 자율적으로 공개하는 일종의 가격공시제다. 경남 지역 동물병원 220곳 중 70곳이 몰려 있는 창원시부터 우선 실시하고 진주와 김해, 거제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지난해 5월부터 관계 공무원과 경남수의사회, 동물보호단체, 보험업계 등이 참여한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TF를 꾸리고 협의에 나섰지만 논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고 한다. 진료비 공개에 대한 동물병원 측의 반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상권 경남수의사회 회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병원장들의 반대가 심했다”며 “‘왜 굳이 진료비를 공개해야 하느냐’ ‘의료 서비스는 병원마다 다른데 진료비를 공개하면 다른 병원과 가격만으로 비교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우려를 표한 것”이라 설명했다.

엄 회장은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동물 의료시장’이라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합의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물 의료비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크다는 점을 인식했고 적어도 주요 진료항목에 대해선 의료비를 공개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뜻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창원시 소재 동물병원 중 90%가 자율표시제에 동참하고 있다.

자율표시제는 의료비를 적정한 수준에서 미리 책정하는 수가제와 같이 비용 부담을 직접 줄이는 정책은 아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반려동물 의료비가 치료 전 소비자에게 공개되면서 보호자들이 사전에 치료비를 예상할 수 있게 됐고, 가격을 비교한 후에 동물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동물병원 의료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일부 보장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엄 회장은 “보호자도 항목별 진료비가 적혀 있으니 대략의 비용이라도 가늠할 수 있어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더 나아가 소비자가 의료서비스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으려면 진료항목과 진료행위에 대한 표준화 등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의 수의사단체도 가격공시제 등 대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수의사회 관계자는 “가격공시제를 도입하면 보다 투명한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진료 표준화가 전제조건”이라며 “표준화된 진료코드에 근거해 황당한 수준의 비용을 청구하는 걸 막는다면 진료비에 대한 불만도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우진 이성훈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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