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담배회사에 관세 취소된 이유 “담뱃잎은 영업비밀”


한국필립모리스가 해외 본사에 낸 로열티에 대한 세금 부과를 놓고 관세당국과 벌인 법정 분쟁에서 이겼다. 법원은 다른 재료와 달리 담뱃잎은 ‘영업비밀’에 해당돼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기존 과세 처분은 모두 취소하도록 했다. 과세 대상을 제대로 분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한국필립모리스가 서울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관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관세와 부가가치세, 가산세 등으로 98억여원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한국필립모리스는 담뱃잎 등 각종 담배 원재료를 본사에서 수입해 담배를 만든다. 이와 별개로 해당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받기 위해 로열티도 본사에 지급해왔다. 서울세관은 2015년부터 약 2년간 기업심사를 벌인 끝에 한국필립모리스가 본사에 지급한 로열티는 사실상 ‘영업 비밀을 사용한 대가’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로열티에 세금을 부과했다.

현행법은 수입업자가 영업 비밀을 사용하는 대가로 돈을 지급한 경우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물품을 수입할 때 일부러 낮은 금액을 지급하고 로열티로 나머지를 보상하는 식으로 세금을 포탈하는 걸 막기 위한 취지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로열티는 담배 완제품의 국내 상표권 등에 관한 계약으로 원재료 수입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담뱃잎은 시장에서 자유로이 판매되는 일반 농산물로, 담뱃잎 자체에 로열티를 지급할 만한 영업비밀 등이 들어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세관은 담뱃잎 등 원재료는 담배품질을 좌우하는 주요 기능을 갖고 있으므로 영업비밀이 맞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담뱃잎에 영업비밀이 내재돼있다는 서울세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담뱃잎의 경작지 선정부터 여러 종류의 담뱃잎 배합까지 상당한 기술력이 반영돼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한국필립모리스가 본사에 지급한 로열티에는 이러한 영업비밀 사용료가 어느 정도 포함돼 있다고 재판부는 결론 내렸다. 다만 포장지나 종이케이스, 필름 등 나머지 재료와 로열티 사이의 관련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담뱃잎과 로열티 사이 연관성이 인정됐지만 과세처분이 전부 취소된 건 관세당국의 일괄 과세 때문이다. 본사에 낸 로열티 중 상표권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 담뱃잎에 대한 권리사용료 부분을 따로 구분해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는 로열티에서 상표권에 대한 부분을 공제하지 않았다”며 “제출된 증거로는 담뱃잎에 대한 권리사용료 부분을 구분할 수 없으므로 과세 처분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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