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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적 판호 발급, 제2의 ‘차이나 드림’ 꿈꿀 수 있을까

연 50조원 시장 규모, 눈 뗄 수 없는 기회의 땅
최근 국내 게임 판호 발급 재개 조짐
“판호 나온다고 마냥 장및빛 아냐… 경쟁력 키워야” 자성도


국내 게임 업계가 제2의 ‘차이나 드림’을 꿈꿀 수 있을까. 중국 당국이 최근 문화산업 교류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4년 가까이 막혔던 게임 수출의 길이 열릴 거란 기대감이 크다. 한편으로 중국 게임의 기술적 진보가 매우 빠른 상황에서 이전처럼 서비스권을 따는 것만으론 대륙에 연착륙할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정부와 국회,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방송, 연예,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중 문화교류가 재개되는 분위기 속에서 판호 발급 또한 긍정적 신호가 여럿 깜빡이며 국내 게임사들도 사뭇 달라진 시선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례로 중국 내 게임 서비스 업체들이 한국 게임들에 대해 이전보다 열린 자세로 유치 전략을 수립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정부 또한 바늘구멍 같던 판호 발급의 통로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판호는 중국 본토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려면 필요한 라이선스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자국 게임에 내자 판호, 해외 게임엔 외자 판호를 내준다. 한국은 지난 2017년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중국의 경제 보복(한한령)이 본격화된 뒤 4년 가까이 단 한 번도 판호를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12월 모바일 게임사 컴투스의 ‘서머너즈워’가 깜짝 외자 판호를 발급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9일엔 국내 인디게임 개발사 핸드메이드의 ‘룸즈: 풀리지 않는 퍼즐’이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이 게임은 한한령 이후 판호를 신청한 게임이다. 때문에 ‘신중론’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국내 게임사들은 근래 중국 빌드를 염두에 둔 태스크포스(TF)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중국 게임 시장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게임사들이 눈을 뗄 수 없는 기회의 땅이다. 국내 중대형 게임사 중 상당수가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 시장에서 큰돈을 벌어들여 성장의 초석을 닦았다. 근래 4년 가까이 판호 발급이 되지 않았음에도 국내 게임사들이 ‘차이나 드림’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 게임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 18.7%로 미국(20.1%) 다음으로 크다. 지난해 기준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47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0.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넷마블,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이 판호 신청한 굵직한 게임들은 대기표만 발급받은 채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신청한 판호 건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판호 발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어도 당분간 병목 현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호를 쉽게 받아도 예전처럼 대성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중국 게임사 미호요가 개발한 오픈필드 게임 ‘원신’은 개발 기간 3년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출시 후 미국, 일본 등 ‘게임 강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의 매출 순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통계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원신은 출시 나흘만에 1700만 건의 다운로드가 발생했다. 한국의 경우 매출 척도가 되는 구글 플레이에서 3위까지 뛰었다.

최근 중국 당국이 청소년 보호를 앞세워 시행 중인 게임 제재도 변수다. 중국은 2019년 10월 미성년자 과몰입 방지법을 제정하면서 청소년의 게임 시간제한, 결제 한도 제한 등의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판호를 발급받더라도 청소년 보호 관련 시스템을 충분히 구현해야 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교수)은 “근 몇 년간 중국 게임이 매우 높은 수준의 게임을 생산하는 국가가 됐기 때문에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신청한 게임이 판호를 발급받는다고 해도 마냥 장밋빛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역량을 쌓지 않으면 미래를 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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