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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자는 숙소서 성폭행” 폭로에…기성용 “음해”


기성용(32·FC서울)의 성폭력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이들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기성용 측은 “완벽한 음해”라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양측의 진실 공방이 가열되자 피해를 주장한 이들의 법률 대리인은 “소모적인 여론전을 멈추고 하루빨리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자”고 제안했다.

중앙일보는 피해를 주장한 A와 B씨가 지난달 27일 인터뷰를 통해 성폭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고 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20여명이 자는 단체 숙소에서 다른 부원들도 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0년 1월부터 6월까지 약 6개월간 최소 10회 이상 유사 성행위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월쯤 B와 같이 불려 간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20명이 같이 자는 축구부 단체 숙소에 그들(기성용과 외래교수)이 사물함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있었다”고 한 그는 “숙소에 다른 부원들도 여러 명 있었다. 나는 그날 하기 싫어 핑계를 댔다”고 전했다. 그는 “마침 구단 관계자였던 아버지가 해외 전지훈련을 간 날이었는데, ‘아버지가 탄 비행기가 추락할까봐 걱정된다’며 울었더니 다른 선배가 그럼 오늘은 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서 옆에서 혼자 하던 B와 눈이 마주쳤다”고 했다.

B씨도 “그날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이유다. 당시에 ‘A만 혼자 빠져나갔다’고 생각해 배신감을 느꼈다. 나중에 A와 두고두고 그날 얘기를 했다. 너만 혼자 거짓말해서 빠져나갔다고 비난하면 A는 ‘네가 한 그 사람(기성용)은 대스타라도 됐지 않냐’면서 씁쓸한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거절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A씨는 “당연히 싫다고 했다. 대들지는 못하고 ‘아 형~ 안 하면 안 돼요?’라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운동부에서 폭력이 일상화된 시대였다. ‘허벅지 시그니’라며 허벅지의 연약한 부분을 무릎으로 찍어버리는 일을 자주 당했다”고 했다.

B씨도 “나는 집도 어려웠고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했다”며 “A처럼 눈물 흘리면서 가족들 핑계를 댈 만한 배경도 없다며 한탄했다. 아, 나는 어떤 식으로든 빠져나갈 수 없구나 싶었다.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너무 어렸다”고 답했다.

“다른 피해자가 또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둘은 소위 말하는 ‘찐따’였다. 동기들한테도 맞을 정도로. B는 굉장히 위축돼 있었다”고 한 A씨는 “부모님께 이를 수 없었던 건 1년 중 부모님과 생활하는 시간보다 숙소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당시 일주일에 한 번씩 ‘적기 시간’이라고 자신이 당한 폭행 사실을 적는 시간이 있었는데 차마 적지 못했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 후배들을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에 대해 A씨는 “우리도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피해자들에게 다시 사과드린다. 찾아가서 직접 사과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면 2004년에도 축구팀 동기 10여명이 후배들을 폭행하고 성폭행했다며 후배 중 누군가가 구단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고 한 A씨는 “당시 동기 10명의 가해 사실이 다 똑같은 건 아니다. 누군가는 폭행만 했고 누군가는 성추행만 했고 누군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10명이 다 같은 명목으로 처벌받고 징계를 받았다. 그 일로 나는 전학 처분을 받고 해외 유학을 갔다”며 재차 사과했다.

B씨도 “우리가 행한 폭력이 당한 폭력보다 덜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며 “우리가 가해자라고 해서 2000년에 당한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어느 쪽이든 가해자는 그에 마땅한 벌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성폭력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해 A씨는 “증거에 관한 부분은 모두 변호사에게 일임했다. 변호사가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B씨는 또 “양쪽에 모두 친분이 있는 한 후배가 나에게 통화해보라며 기성용의 연락처를 보냈다. 약 25분간 통화했고 기성용은 가해 사실을 부인하며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는 기사를 내라고 하면서 나에게 ‘기회를 준다’고 했다”며 “내가 ‘형이 우리에게 기회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로 계속 얘기가 어긋났고 나는 ‘그럼 할 말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박지훈 변호사를 통해 첫 폭로가 나왔고 이틀 뒤인 26일 두 번째 폭로하는 과정에서 폭로를 번복하려 했던 이유에 대해 A씨는 “축구업계에 신상이 다 퍼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004년 사건이 들춰지면서 여론으로부터 몰매를 맞았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싶었다”고 한 A씨는 “‘이렇게 된 거 내가 다 욕먹고 떠안고 갈 테니까 만나서 사과만 해라’고 요구했고 기성용 측은 ‘오보 기사를 내주면 만나주겠다’고 했다. 그 제안을 놓고 고민한 것”이라고 했다.

뒤늦게 폭로한 이유에 대해서도 A씨는 “‘돈도 필요 없고 사과만 하라’고 일관되게 요구해 왔다”며 “공소시효도 지났고 20년 전 일로 소송을 할 수도 없다. 상대편이 우리를 무고죄나 허위사실유포죄로 고소할 위험만 있다. 그런데도 최근 학교폭력에 대한 ‘미투’ 흐름이 일면서 용기를 냈다. 상대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높은 산같이 느껴졌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변호사를 찾아간 것”이라고 했다.

B씨도 “우리는 적어도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왜 상대편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가. 끝까지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며 “당시 성폭력은 숙소에 다른 선수들도 있던 상황에서 이뤄졌다. 목격자나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용기를 가진 사람이 나와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기성용은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완전한 음해”라며 반박했다. 기성용은 매체에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사이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자체가 납득할 수 없다”며 “특히 당시 합숙소 환경을 보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동계 전지훈련 기간부터 그런 일이 시작됐다고 하느데 특히 이 기간은 새벽부터 시작해 지옥 같은 스케줄이 끝나면 녹초가 됐다. 나는 밤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었고 감독님의 눈을 피해 그런 충격적인 가혹 행위가 발생할 환경도 안 됐다”고 했다.

“이를 입증할 증거들이 있다”고 한 기성용은 “당시 여러 명의 선후배가 모인 장소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말이 안 나올 수 있었겠나. 당사자들이 입을 다물어도 누군가는 감독님에게 고발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가혹행위를 익명으로 써내는 ‘적기 시간’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는 피해자들 주장에 대해 기성용 측은 “당시 세세한 것까지 적어내는 분위기였고 이름이 적힌 사람은 징벌을 받았다”며 “A씨의 경우 아버지가 축구업계 높은 지위에 있어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초등학생인 나에게는 그런 배경이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어떻게 그 친구를 골라 건드리겠느냐”고 반문했다.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완전한 음해”라고 한 기성용은 “첫 폭로 후 A씨의 태도에서 불순한 목적이 있다고 느꼈다. 그는 뒤로는 후배를 통해 나에게 직접 만날 것을 요구했다.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자’고 했다고 하더라. 그런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이 왜 ‘가해자’를 못 만나서 안달일까. ‘허심탄회’라는 표현을 쓰는 게 가능한가. 착실히 반박 증거를 모아 법적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A씨와 B씨는 자신들의 법률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를 통해 전남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인 C선수와 D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기성용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내용상 C선수가 기성용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짧은 기간 프로선수로 뛰었던 D씨는 현재 광주 모 대학에서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기성용 측이 자신들에게 압박을 해왔다고 주장하면서 이전에 이미 확보해둔 증거와 함께 기성용 측이 압박·회유를 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을 서울 구단과 기성용 측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1일 박 변호사는 “소모적인 여론전을 멈추고 하루빨리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것을 제안한다”며 “현재 당사자들 간 감정이 격화돼 절제되지 않은 언어가 오가고 있으며, 일부 언론들은 이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며 근거 없는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또 “위와 같은 상황은 본 사안의 진실을 밝히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아니라 한국 축구, 나아가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급적 속히 피해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또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을 뿐만아니라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돼 형사 고소를 제기한 것 자체가 법률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민사 소멸시효 역시 이미 완성돼 손해배상 청구소송(금전배상 청구)을 제기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바랐던 것은 기성용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였다”고 한 박 변호사는 “기성용은 언론을 통해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며 피해자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고소하거나 그 밖에 피해자들을 상대로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고 했다.

아울러 박 변호사는 “따라서 피해자들은 본 사안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기성용 선수께서 하루라도 빨리 자신들(피해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본 사안의 실체 진실은 여론재판이 아닌 법정에서 밝혀질 수 있고, 또 법정에서 밝혀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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