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현지인 “시위대 겨냥해 쐈다…트라우마 극심”

군영의 실탄, 최루탄에 맞서는 미얀마 시민들. 트위터 @ThandaXXXXXXXXX

군부 쿠데타 항의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의 현지 주민이 “지난 일요일은 평생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날이었다”며 “전쟁터 같았다”고 말했다. 군경의 실탄 발사로 20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지난달 28일(현지시간)을 가리킨 발언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진 이날을 ‘피의 일요일’이라고 부르고 있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현지 주민 A씨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저희(시위대)가 정확히 알고 있기로는 (지난 일요일 시위로) 23명이 사망했다”며 “현재 공식적인 보도를 해줄 수 있는 기관이 없어 (사망자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저는 그래도 제 앞에서 누군가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것을 못 봤지만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은 목격했다고 한다”며 “본인들은 겨우겨우 피했던 거라며 다들 아직도 겁이 나고 트라우마가 너무 심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자신들은 비무장 상태였다며 “(군경이) 모이지도 못하게 진압을 했다. 해산시키려는 느낌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경고 없이 공격하는 것처럼 실탄을 경고도 안 하고 바로 쐈다”고 덧붙였다.

군경의 실탄 사격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A씨는 “그래서 피해자가 많았다”며 “실탄을 쏘더라도 하늘에 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목표로 정해 쏴 죽였다. 공포스러웠다”고 했다. 진행자가 “구호를 외치려고 모이기도 전에 사람들을 조준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 시민들은 폭력을 아직 시도도 못 했다”고 말했다.

사망자 중에 임신부가 있다는 일부 SNS 글에 대해서는 “여자 선생님이라는 것은 정확히 들리는데 임신부인지는 모른다”며 “공식 보도를 해 줄 곳이 없어 (사망자들의) 신분 확인 등의 보도를 못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군경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시위대가 위축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달 초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거리로 나와 대규모 인파의 시위를 할 수 있었는데 지난 며칠간 실탄을 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약자들,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나오지 말라고 서로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현재 미얀마 상황이 5·18 민주화운동 때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통해 많이 봤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싶었다”며 “그런데 지금 (미얀마에서) 그 장면들이 생각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꼭 성공해 나중에 영화도 만들고 그 사람들을 기억하는 날도 만들고 죄 짓는 사람들도 벌 주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유엔인권사무소는 성명을 통해 미얀마 전국에서 펼쳐진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군경의 무력 사용으로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들 사상자는 미얀마 군경이 양곤, 다웨이, 만달레이, 바고 등지에서 군중에게 실탄을 발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사무소는 설명했다.

이같은 최악의 상황에도 미얀마 시민들은 거의 맨몸으로 버티며 폭력에 맞서는 중이다. 트위터에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whatshappeninginmyamar)을 검색하면 나무판자로 몸을 가린 시민들이 저항의 의미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사진 등이 나온다. 아파트 발코니에서 냄비와 북을 두드리며 ‘소음 투쟁’을 벌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네티즌은 “우리는 나무판자로 만든 방패밖에 없지만 그들은 실탄을 쏜다. 미얀마 시민들을 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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