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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임직원, 광명·시흥 신도시 발표 전 땅 매입” 의혹

참여연대·민변 “최소 7000평 매입” 주장…국토부·LH 대상 공익감사 청구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땅투기 의혹을 받는 LH공사 직원의 명단과 토지 위치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10여명이 지난달 3기 신도시 가운데 최대 규모로 신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토지 7000평을 사전에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토지 매입가격으로만 100억원대에 이른다. 광명·시흥지구는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1271만㎡·384만평)로 향후 주택 7만채가 공급될 예정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토지대장 등에서 LH 직원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공직자윤리법 및 부패방지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필지를 조사해 이 같은 의혹이 드러난 만큼 국토교통부·LH가 연루된 더 큰 규모의 투기와 도덕적 해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광명·시흥지구는 지난달 24일 여섯 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곳이다. 광명시 광명동·옥길동과 시흥시 과림동 등 일대에 7만채가 들어설 예정이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정부의 이런 개발계획 발표 직후 해당 지역에서 LH 임직원 14명이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구입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 이들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근무한 사람들로 전해졌다.

이에 참여연대·민변은 토지대장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모두 10필지 2만3028㎡(약 7000평)를 100억원대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인 김태근 변호사는 “제보 내용을 확인하고 ‘강남 1970’이란 영화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민변은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 추정액만 58억여원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이런 토지 매입이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것)을 노린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신도시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해 있는 농지(전답)로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김 변호사는 “농지를 매입하려면 영농계획서를 내야 하는데 LH 직원이 농사를 병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허위·과장 계획서를 제출한 투기 목적의 매입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참여연대와 민변에 따르면 투기 의혹 직원 상당수는 LH에서 보상 업무를 하는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높은 보상을 받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고, 이를 활용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특히 LH 임직원들이 사들인 농지는 신도시 대상으로 발표되자마자 대대적인 나무 심기가 벌어진 정황도 포착됐다고 참여연대와 민변은 주장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LH 내부 보상규정을 보면 1000㎡를 가진 지분권자는 대토보상 기준에 들어간다”며 “일부 필지는 사자마자 ‘쪼개기’를 했는데 (지분권자들이) 1000㎡ 이상씩 갖게 하는 등 보상방식을 알고 행동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LH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개발 정보가 유출됐는지를 조사해야겠지만 토지 거래금액이 크고, 상당 부분 대출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들이 어느 정도 확신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3기 신도시 다른 지역들과 LH 직원, 국토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신도시 토지 취득 상황과 경위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성민 변호사는 “이번 발표는 제보 토지 주변의 일부 필지만 특정해 단 하루 찾아본 결과”라며 “광명·시흥 신도시 전체로 확대해 배우자나 친인척 명의로 취득한 경우까지 조사하면 사례가 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참여연대·민변의 의혹 제기가 알려지면서 LH를 상대로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매입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어떤 상황인지 사실관계부터 파악해볼 것이다.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수사 의뢰 등 조치할 예정”이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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