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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수사·기소 분리’ 반대 근거는 ‘법정 경험’ 자산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경이 다양한 사건에 대응하는 모습을 음식을 차리는 방식으로 비유해 왔다고 한다. 친구가 술을 사들고 방문할 때 냉장고에서 밑반찬만 꺼내기도 하고, 절반쯤 조리된 식품을 사서 조금만 요리한 뒤 자녀들에게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웃어른의 생신 잔치를 할 때에는 ‘도라지부터 일일이 까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요리해 대접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건의 난이도나 중대성에 따라 검찰의 관여 정도가 달라진다는 비유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연초부터 형사소송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검·경의 수사방식도 다양해진 상황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 검찰과 경찰의 합동 수사, 경찰이 지휘를 받아 진행하고 검찰은 송치 후 보완만 하는 형태의 수사, 경찰이 검찰 관여 없이 자체적으로 하는 수사 등이다. 윤 총장은 이중 검찰의 직접 수사 방식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입법에 강경한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이다. 많은 검찰 구성원은 윤 총장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직접 수사권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우려하는 주된 이유는 결국 법정에서의 싸움이다.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완전히 분리된다면 사건 파악부터가 어렵고, 법정에서 효율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다수의 검찰 관계자는 2일 “중대범죄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으면 기소 자체가 어렵고 재판에서 무죄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화하고 지능화한 범죄일수록 법정은 물론 검찰청에서부터의 싸움이 더욱 까다롭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경찰의 독립적 권력형 비리 수사를 아직 인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다만 많은 검찰 관계자들은 이번 입법에 대한 우려가 곧 “검사가 경찰보다 우월하다”는 식의 생각이 아니며, 그런 대립 구도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한 검찰 간부는 “권력형 범죄일수록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대응이 치밀하기 때문에 형사소송 전문가인 검사가 철저하게 조언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법정 경험을 토대로 필요한 수사가 어느 부분인지 정확히 맥을 짚을 수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은 검사의 지휘에 대해 “군대식 상명하복의 관계가 아니라 협력”이라고 주변에 강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인사청문회 때 “수사 지휘라는 것은 결국 검·경의 커뮤니케이션”이라며 “지휘라는 개념보다는 상호협력 관계로 갈 수 있는 문제”라고 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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