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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정직한 아이로 키우려면

자주 사랑을 표현, 부모가 사랑한다는 확신 줘야


초등학교 5학년 남자 아이인 H는 ‘너무 거짓말을 일삼아 부모를 화나게 한다’고 한다.

H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눈도 마주치지 못하였다. 엄마는 “화병을 깨뜨린 게 뻔한 상황에서도 아니라고 잡아떼요. 숙제를 안 하고도 ‘다 했다’고 말하고 금방 들통이 난답니다. 학교에서 청소하느라 늦었다‘며 친구 집에서 놀고 오고, 부모님 눈을 속이고 밤에 일어나 컴퓨터 게임을 하고 새벽에 잠들어요. 잠을 제대로 못자니 늘 의욕이 없고 수업에도 졸고 집중할 수가 없지 않나요? 세수를 안 해서 뻔히 눈꼽이 끼어있는데도 세수를 했다고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을 해요” 말하며 그동안의 답답함을 쏟아내셨다. 부모님 모두 규범적인 분으로 아이에게도 정직을 강조하며 교육하였는데도 갈수록 심해져만 갔다.

거짓말을 자주 하는 아이를 대할 때는 다음의 요소를 점검해 보자. 첫째, 실수를 대하는 태도다.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다. 실수에 얼마나 너그러웠는지, 아이가 하는 실수로 아이를 ‘평가’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자. 실수를 인정해 준다면 H는 좀 더 솔직하게 실수로 화병을 깨뜨렸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거다. 사실 엄마는 아이가 화병을 깨드렸다는 것보다 정직하게 말하지 않은 것으로 더 화가 났겠지만, 평소 엄마가 실수에 관대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화병을 깨뜨린 것에 화를 낼 거라고 지레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엄마가 정작하게 말하면 화내지 않을게’ 라고 말해 회유하고 거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 아이는 혼날지, 않을 지에만 관심을 갖고 매사 엄마와 거래를 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아이에게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 왜 나쁜 지를 생각해 보고 자기 행동을 결정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정직이 최선의 무기이며, 정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용감한 사람임을 말해주자. 사실대로 말할수록 더 자주 꾸중을 듣게 된다면 거짓말은 늘게 되지만 정직하게 말했을 때 ‘정직함’을 인정해 준다면, 거짓말은 당연히 줄게 된다. 그리고 외부로 드러나는 결과 보다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아이의 마음과 감정 상태가 어떤지 관심을 가져 주는 게 좋다.

둘째, 아이가 잘 지킬 수 있는 규칙을 정한다. 그러면 아이는 거짓말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된다. 숙제나 게임, 놀이 시간에 대한 규칙이 그렇다. 숙제가 너무 많고 놀이 시간이 없이 빡빡한 일정을 사는 게 요즘 아이들이다. 어떻게든 놀 수 있을 때 놀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과제를 미리 마치고 놀게 되면 이 여유를 엄마는 놓치지 않고 또 다른 과제를 준다는 걸 아이들이 터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규칙이 너무 완고하고 현실성이 없으면, 아이는 규칙을 어기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셋째, 아이가 결과를 예측 못하고, 금방 탄로가 날 거짓말을 반복한다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를 의심해 봐야 한다. 평소 산만하거나 집중을 못한다면 특히 그렇다. 이들은 사고 활동이 충동이어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거짓말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당장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거짓말을 해버린다. 이런 경우의 거짓말은 아무리 이해할래야 이해 할 수가 없고 나이에 비해 터무니 없어 부모를 아연실색하게 한다.

이런 행동이 잦다면 아이의 상태에 대해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보는 게 좋다. 그리고 부모도 눈꼽이 끼어 있는 모습을 보고 뻔히 알 수 있는 것에 대해 ‘세수했니?’ 라고 묻기 보다는 시간을 주고 ‘지금 가서 세수하고 올래’?‘ 라고 말해 아이에게 기회를 줘 보자. 거짓말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또 질문을 했을 때는 ’조금 생각해 보고 대답하자“라고 말미를 주고 생각한 후에 대답하도록 하자.

무엇보다 평소에 자주 사랑을 표현해 주어 아이들이 어떠한 상태나 상황이라도 부모가 사랑한다는 확신을 주어야 아이는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정직하게 말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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