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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최숙현 선수 죽음에 지자체·체육단체도 책임”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지난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故) 최숙현 선수의 죽음에 지방자치단체와 대한체육회 등 관계기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3일 최 선수가 당한 폭행·폭언 등 가혹행위 및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해 약 8개월간 벌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지자체 및 체육단체가 팀 운영 전반을 감독 개인에게만 맡겨오고 성적 만능주의를 조장한 관행이 선수 보호를 방기했다”고 밝혔다.

최 선수 유족은 지난해 6월 25일 인권위에 최 선수가 당한 가혹행위·폭행 등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을 넣었다. 최 선수가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팀 감독과 선배 및 물리치료사 등으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고, 대한체육회·대한철인3종협회·경주시청·경주시체육회 등 관련 단체가 적절하게 조치를 하지 못했단 이유였다.

인권위가 경북 경주시체육회 직장운동부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폭행·폭언 등 인권침해 행위가 이뤄져도 은폐되기 쉬운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경주시청과 경주시체육회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선수의 처우 등 실태를 점검하거나 조사한 사례는 2019년 직장운동부 (성)폭력 실태 전수조사가 유일했다. 이마저도 경주시청은 일체의 조사방식과 시행을 경주시체육회에 일임했고, 문제가 없다는 결과만 보고받았다. 각 체육회는 소속팀 선수들을 보호할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갖추지 않았다. 선수들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예산 관리를 각 팀이 개별적으로 제출한 서류에만 의존하는 등 방만하게 운영해온 문제도 조사됐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경주시청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경주시체육회에 지원한 운영 예산 사용을 주로 직접 제출한 서류로만 점검했다. 경주시체육회는 2017년부터는 아예 팀별 장비 대장, 운행일지 등을 작성하지도 않았고 경주시청은 이를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실지 점검을 하여 규정 위반을 적발한 것은 2019년 2월 한 번으로 파악됐다. 같은 팀 소속 선수의 항공료 편취 등 부당한 지원금 수령 등을 적발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인권위는 이날 “경주시 시장과 체육회장은 ‘직장운동부 설치 및 운영관리 내규’에 따라 구성원 보호와 관리가 작동되도록 구체적 시행 방안을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문화체육부 장관에게는 지자체가 경쟁 및 성과 중심주의에서 벗어날 모범사례를 연구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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