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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LH 투기의혹’ 시흥 과림동… 말라 비틀어진 묘목만

시세보다 비싸게 땅 매입한 정황도

경기도 시흥의 한 농지에 묘목들이 말라 비틀어진 채로 심겨져 있다. 이곳은 지난해 6월 LH 직원과 관계자들이 사전정보를 가지고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곳 중 한 곳이다. 시흥=신용일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과 가족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3기 신도시 예정지 경기도 시흥 과림동 일대는 술렁이고 있었다. LH 직원과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매입한 농지는 대부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세보다 비싸게 땅을 매입한 정황도 살펴볼 수 있었다.

LH 직원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농지를 중개했다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3일 “다른 부동산 대표가 중장년층으로 보이는 남자 1명과 여자 2명을 모시고 와 농지거래를 부탁해 중개했다”면서 “사무직 종사자라기엔 나이가 많아 보였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무지내동의 농지를 팔았던 부동산 관계자도 “잔금을 제때 치르지 못해 공기업 종사자라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기도 시흥의 한 농지에 묘목이 심겨져 있는 모습. 이 농지 역시 지난해 2월 LH 직원 및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 7명이 한꺼번에 구매한 곳이다. 맹지(길이 없는 땅)인 이곳은 매입 두 달 후 필지가 4개로 쪼개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흥=신용일 기자

실제 거래된 농지를 방문해 보니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모습이 역력했다. 땅에 심어져 있는 묘목은 대부분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농지 바로 앞에 사는 한 60대 주민은 “지난해 여름 외지인들이 2~3일 동안 묘목을 심었는데 그 뒤로는 이 땅에 사람이 온 걸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LH 직원 7명이 매입했다는 농지에도 묘목이 길게 심어져 있었다. 맹지(길이 없는 땅)인 이곳은 4필지가 서로 맞닿아 있는데 필지 사이 구분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 지역에 ‘3기 신도시 지정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무성했다고 한다. 이 지역은 과거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2014년에 해제된 후 최근까지 특별관리구역으로 관리됐다. 그러던 중 지난달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 이 지역에서 20년 동안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했다는 A씨는 “10여년 동안 농지 70% 정도가 투자 목적의 외지인 소유로 바뀌었다”면서 “LH 직원들이 산 농지들은 원래 보금자리 지구에서는 외곽이었지만 이번 3기 신도시 지정 때는 중심부로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LH 직원들이 매입한 토지는 시세보다 웃돈에 거래돼 부동산 중개업소 사이에 신경전도 치열했다고 한다. 농지의 경우 3.3㎡당 150만원 선에서 거래되지만 이들이 매입한 땅은 180~200만원 선에서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땅 주인이 우리에게 매물을 먼저 내놨지만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거래를 채갔다”면서 “이후 우리끼리 사이마저 나빠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B씨는 “원래 땅 주인이 우리한테 매물을 맡겼을 때는 3.3㎡당 5만원 차이로 거래가 틀어졌는데, 외지인들이 다른 부동산을 끼고는 20% 더 웃돈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투자 방식으로 큰 이익을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았다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항상 택지개발 0순위 지역으로 거론됐던 곳이라 급격한 가격상승을 바라기 어렵다”면서 “만약 사전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했다면 바보 같은 투자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흥=글·사진 황윤태 신용일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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