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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없는 기소’, ‘기소없는 수사’ 어렵다”



수사·기소를 분리하고 검사 직무에서 수사를 제외하는 내용의 여러 법률안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연일 반대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언급한 반부패 역량 약화는 물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신설 조직의 정치적 독립성을 우려하는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법무부가 최근 “수사·기소는 궁극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국회에 밝히자 검찰 내부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나왔다. 법무부는 “성공적 검찰 개혁을 위해 검찰 구성원과의 소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일선 검찰청은 3일 중수청법, 공소청법 및 검찰청법 폐지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마련해 대검찰청에 전달했다. 일선청에서는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내용의 법률안들에 대해 “형사법 집행의 공백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의견들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경제범죄 등 중대범죄를 ‘수사 없는 기소’ ‘기소 없는 수사’로 맞서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와 기소는 떼어낼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윤 총장이 ‘검수완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의견과 같은 맥락이다. 윤 총장은 검사가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면서 수사가 필요한 대목을 체득하게 되고, 이러한 법정 경험이 곧 중대범죄에 맞설 수사력이 된다고 강조했었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를 해야 사건을 파악할 수 있고, 재판에 들어가야 다시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말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가운데 27개국이 검사의 수사권을 헌법이나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일선청 의견에 다수 인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여권의 주장을 반박하는 취지다. 검찰 내부에서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도, 일본의 전직 총리를 수사하는 것도 모두 검찰”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수청의 정치적 독립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모였다. 권력형 비리 등 중대범죄 수사는 범죄는 물론 외압도 이겨내야 하는 것인데, 법률안을 보면 중수청이 정권 영향력에 취약할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연초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사건처리 혼란이 여전한 점, 검찰총장 대우를 차관급으로 낮추는 것이 부당하다는 점 등도 이들 법률안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개진됐다고 한다.

법무부는 최근 국회에 공소청법 제정안, 검찰청법 폐지안을 검토한 의견을 서면 답변했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궁극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사는 ‘공소관’과 ‘인권옹호관’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일선 청의 기류와 다르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법무부는 “내외부의 다양한 의견 수렴, 소통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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