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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LH직원들 보상 가액 높이려고 나무까지 심었다

LH 직원 3기 신도시 땅 사전 투기 파문 일파만파

민변 제기 의혹보다 LH 필지 추가 확인
지분 쪼개기, 나무 심기 등
“대대적 노후 대비 땅 투기” 의혹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땅 사전 투기 의혹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LH 자체 조사 결과 당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제시했던 것보다 땅 투기에 가담한 직원과 해당 직원 및 가족이 사들인 필지 수가 더 늘어나면서 “사전정보를 활용한 대대적 땅 투기가 있었다”는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3일 LH 등에 따르면 땅 투기에 가담한 혐의로 직위 해제된 인원 대부분은 50대 이상 직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변 등에 따르면 땅 투기에는 퇴직한 LH 직원 2명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부는 자체 조사에서 당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시했던 10개 필지 중 2개는 LH 직원 소유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와 별개로 4개의 필지가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땅 투기에 가담한 직원들은 서울지역본부와 경기지역본부 등 각각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모두가 신규 택지 후보지나 광명·시흥 사업본부 근무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토지를 매입한 시기나 토지 지분을 쪼갠 점, 나무 등을 심어둔 점 등에 비춰볼 때 LH 주변에서는 “노후 대비 차원에서 내부 정보를 받아 함께 땅 투기에 나선 것 같다”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관가에서도 재산공개 대상이 아닌 LH 등 공공기관에서는 퇴직을 앞둔 임직원의 땅 투자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민변 등이 공개한 이들의 토지 매입 내역을 보면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의 농지다. 그러나 실제 농사를 짓지는 않았다는 점과 총 58억원에 달하는 고액의 융자까지 받아 해당 토지를 구매했다는 점을 볼 때 이들이 향후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해당 토지의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 보상(현금 대신 반납하는 토지 가치 분의 땅을 보상받는 방식)을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해당 토지 구매 이후 ‘지분 쪼개기’를 한 정황도 포착된다. 민변 등에 따르면 땅 투기에 나선 LH 직원과 가족들은 대부분 1000㎡ 이상의 토지를 여러 명이 공동 소유했다. 1000㎡ 이상을 가진 지분권자가 대토 보상기준에 해당한다는 LH 내규에 비춰보면 다분히 대토 보상을 노렸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토 보상을 받으면 실제 농사는 짓지 않거나 주거용으로 활용하기도 어려운 땅을 개발된 반듯한 땅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직접 상가 등의 건물을 올리거나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LH 직원들이 실제 농사는 짓지 않으면서 해당 토지에 나무를 심어둔 점 역시 보상 가액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신규 택지 후보군을 관리하는 기관인 LH의 직원들이 대대적으로 잠재적 택지 후보지를 사들인 것은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꼬집었다. 국토부는 신규 택지 개발과 관련된 국토부와 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지방공기업 직원의 거주 목적 아닌 토지 거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 내부적으로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변창흠 장관 취임 이후 나온 공급 대책 대부분이 정권 임기 말에 발표돼 가뜩이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많았는데 LH 직원 땅 투기 의혹까지 겹치면서 힘을 얻기 더 어려워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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