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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속 아들의 마지막…10년 흘러도 사과는 없었다

2011년 ‘대구 중학생 극단적 선택’ 사건
최근 학교폭력 폭로 사태에 재조명
어머니 “피해자 위한 대책 부족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과거 학교폭력 폭로가 사회 곳곳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10년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대구 중학생 극단적 선택’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물고문, 구타, 금품갈취, 협박…. 동급생의 악행에 참다못한 14살 소년은 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떠나기 직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주저앉아 눈물을 훔치던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CCTV 영상으로 공개되자 사람들은 함께 울었다.

고(故) 권승민군의 어머니 임지영씨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들이 세상을 등진 2011년 12월 20일 이후 가슴 아프게 살아온 날들을 털어놨다. 임씨는 “당시 조사를 보면서 너무 놀랐다. 아이의 유서를 보면서도 ‘이게 정말 현실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며 “사건이 끝난 다음에야 다른 애들한테 얘기를 들었다. 아들이 돈을 벌기 위해 폐지를 주우러 다녔다고 하더라. 맞지 않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승민군을 괴롭힌 가해자 2명은 당시 각각 징역 2년과 3년형을 선고받고 소년원에 수감됐었다. 그들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지 몇 해가 지났지만 임씨는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소식조차 듣지 못했다고 했다. 임씨는 “아무 소식이 없으니 어떻게 지내는지는 저도 모른다”며 “(사과는) 전혀 없었다. 마음이 두 갈래다. 아예 몰랐으면 좋겠다 싶은 건 (그때를) 떠올리기 싫으니까. 알고 싶은 건 그래도 얘들이 나와서 열심히 잘살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최근 이어지는 학폭 폭로 사태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결국 학교 다닐 때 일들이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그러니 당시 피해 학생에게 가해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면 됐을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피해자들은 계속 가슴속에 쌓여 있다”며 “나는 잘못한 것 없이 정신적·육체적·금전적 피해를 보았는데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고 성공해 TV에 나온다면 너무 화가 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남 잘되는 모습이 질투 나서 폭로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선에는 “그건 잘못됐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익명에 기대 이야기를 할까.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싶어서 가슴이 아프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 인식에는) 사소한 것으로 싸우지 말고 빨리 사과하고 빨리 끝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해결이 안 되니까 결국 ‘나는 그럴 만한 사람밖에 못 되는구나’라고 받아들여지기도 한다”고 아쉬워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임씨는 전담경찰관제도, 학내 상담교실 등 아들이 떠난 뒤 마련된 여러 대책의 빈틈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오히려 가해 학생들이 혜택을 보는 경우가 많다. 가해 학생을 상담하고 격리하는 장소가 상담실이 돼 버린다”며 “피해 학생은 보호받고 지지받아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시간도 내고 돈도 내서 치유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어떻게 회복되고 어떻게 복귀하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그냥 법을 만들어 가해자 처리에만 신경 쓰니까 바람직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당시 지역마다 피해자 치유센터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대전에 있는 해맑음센터 하나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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