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무 심나 했더니…” 신도시 예정지 주민들 분통

연합뉴스

“초여름이었을 겁니다. 논에 복토를 하더니 갑자기 나무를 심더라고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토지 옆에서 7년째 재활용 사업장을 운영 중인 A씨가 4일 연합뉴스에 한 말이다. “당시에는 왜 저러나 싶었다”던 그는 최근 뉴스를 본 뒤에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A씨의 사업장 옆, 2000평은 될 듯한 토지에는 앙상한 묘목이 빼곡히 심겨 있었다. A씨는 “지난해 6월이었다. 사람들이 와서 논에 흙을 채워 밭으로 만든 뒤 일사천리로 나무를 심더라”며 “왜 이 시기에 나무를 심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도시로 개발되면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 관리가 필요 없는 묘목을 심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근 비슷한 넓이의 토지에는 고랑마다 비닐이 씌워져 있을 뿐, 묘목이나 농작물은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이 토지도 임대로 사업을 하던 기존 고물상을 내보내고 비슷한 시기에 비닐을 씌웠다”면서 “같은 LH 직원이나 정보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이 매입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도시가 개발되면 우리는 또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해야 하는 데 갈 데도 없고 답답하다”며 “그런데 LH 직원들은 거액의 융자까지 받아 투기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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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다른 토지도 바닥이 검은 비닐로 덮인 채 30㎝가 채 안 되는 측백나무 묘목들이 심겨 있었다. 이 역시 LH 직원 등이 매입한 땅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이 토지 역시 묘목 생산을 목적으로 경작하는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과림동 일대 도로변에서는 ‘강제수용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신도시 개발 반대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원주민을 포함한 일부 주민은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외지인 토지 소유주 등 상당수의 토지 소유주는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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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일대 땅 주인 상당수가 서울 등 다른 지역 거주자”라며 “이들은 토지를 매입해 주로 임대로 주고 있다. 개발되면 더 큰 이익이 발생할 거로 생각해 찬성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같은 신도시 예정지에 포함된 광명시 노온사동 거주 80대 남성은 “여기가 내 고향”이라며 “이 나이에 어디로 가느냐. 외지인 토지 소유주, 투기꾼들만 좋아하겠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70대 여성 주민도 “이곳을 떠나 어디 가서 살라는 거냐”며 “만약 LH 직원이나 이런 사람들이 정보를 미리 알고 땅 투기를 했다면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광명시 노온사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지역이 며칠 전부터 어수선하다”면서 “개발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빚까지 내면서 땅을 샀다는 소문에 토지를 임대받아 사업을 하거나 원래 고향이 이곳인 주민들이 화를 많이 내고 허탈해한다”고 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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