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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찢어 놓겠다” 끔찍한 사이버 학폭… 신고조차 두렵다


고등학교 1학년 A양은 모르는 계정의 SNS로부터 오는 ‘X발 걸레, 불륜 저질렀다며?‘와 같은 욕설 메시지에 2년째 시달리고 있다. ‘아가리 다 찢고, 혀랑 몸을 다 잘라줄까?’ ‘팔다리 썰면 재밌겠다’ 같은 협박도 받는다. A양은 중2 때부터 자신을 따돌린 B양의 친구들로 추측할 뿐 보낸 이들의 신상정보를 전혀 모른다. A양은 6일 “그간 메시지를 보낸 익명 계정은 셀 수도 없고, SNS 방문 기록이 남아있는 계정만 해도 7명”이라며 “하지만 실제 어느 학교를 다니는 누구인지는 몰라 대처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피해자들이 과거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이른바 ‘학폭 미투’가 이어지지만 A양같이 현재 학폭을 당하고 있는 학생들은 신고가 쉽지 않다. 사이버 폭력으로 가해자 특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더 막막하다. 학교·경찰 등 책임기관들이 피해자 보호를 위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A양은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피해 사실을 밝히고 싶었으나 수백번 말을 삼켰다고 한다. 해결되지 않을 경우 역으로 당할 보복이 두려워서다. 경찰에도 신고하고 싶었으나 아직 신체적 상해도 없어 이마저도 어려웠다고 한다. A양은 “중학교 내내 왕따를 당했는데 선생님이 외면한 이후 나설 수 없다”며 “조만간 애들이 불러 맞을 것 같은데 어떡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폭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A양은 가해자들 무리가 찾아와 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친구들에게 집에 바래다 달라 부탁하는 등 일상생활도 쉽지 않은 지경이지만 자구책은 그저 캡처본을 저장하며 증거를 모으는 게 유일하다.

교육부·경찰청 등 학교폭력 예방 및 사후조치 기관들은 여러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교사뿐 아니라 학교전담경찰관(SPO)·117 학교폭력신고센터·안전Dream 웹사이트 등 신고 창구는 다양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른 학교면 관할 교육청들이 공동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고와 문제해결 등은 여전히 피해자의 용기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년 실태조사를 하고 있고, 각 단위학교 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학교폭력이 수면으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학생의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피해자를 끝까지 보호한다는 확신을 주도록 꾸준히 제도를 홍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도 1000여명의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두고 있지만 SPO 1명이 약 12.5개 학교를 맡는 데다 부모님에게도 피해를 밝히기 어려운 학생들이 이들에게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3 C양은 “SPO가 직접 와서 연락처를 가르쳐 줬지만 친해지기에는 거리감이 있다”고 했다. 더군다나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학생들과 대면해 관계를 쌓을 수도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학생들과의 친근감 형성이 중요한데 비대면으로만 학생들을 만나니까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관계기관이 폭력 근절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피해자가 이야기하면 공동체가 돕는다는 확신을 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동시에 중요한 것은 가해행위를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최근의 스포츠계·연예계 학폭 미투에서 가해자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 알게 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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