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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인데 어때’란 말에…” ‘김봉현 뇌물’ 靑 행정관의 회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뉴시스

“‘친구인데 어때’ ‘편하게 쓰라’는 말에 헛된 욕심과 안일한 생각으로 금품과 향응을 수수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사죄드립니다.”

4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 심리로 열린 ‘라임 사태’ 관련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밝힌 최후진술이다.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근무했던 김 전 행정관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서 3667만여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19년 2월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에서 파견근무를 하면서 금감원의 라임자산운용 관련 내부 자료를 김 전 회장에게 누설한 혐의(금융위원회 설치법 위반)도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고교 동창인 김 전 회장과 오랜 친분을 이어온 사실이 드러났다.

김 전 행정관은 최후진술에서 “지난해 3월 언론에 제 이야기가 보도된 후 하루도 편하게 잔 날이 없다”며 “라임사태를 다 막은 사람으로, 금융시장에서 14조원을 돌리는 사람으로 보도됐다”고 한탄했다. 그는 “스스로 참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게 친구에게 그렇게…”라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 아들로서, 아빠로서 조금이나마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선처를 구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회장은 김 전 행정관에게 법인카드를 주거나 골프 비용을 내준 건 친분에 따른 선의라고 주장했다. 김 전 행정관이 뇌물을 먼저 요구한 적은 전혀 없다고도 말했다. 자신과 김 전 행정관 사이를 가리켜 전라도 방언인 ‘깨복친구’라는 표현도 썼다. 옷을 벗고 지내도 흉보지 않을 사이라는 의미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금전적 이익을 제공한 2019년 5월 무렵은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관련해 문제 될 게 없던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로 엮일 게 없었다. 라임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형제 같은 사이였다”고 했다. 뇌물죄 성립에 필요한 대가관계가 없었다는 취지다. 김 전 행정관이 금감원 내부 문건을 보여준 데 대해서는 “간곡히 4번이나 부탁하니 마지못해 보여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날 검찰은 김 전 행정관에게 1심 선고 형량과 같은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3667만원을 구형했다. 김 전 행정관 측 변호인은 “김 전 회장 증언에서 확인했다시피 굉장히 친한 친구고 뇌물의 대가성 부분이 고리가 약할 수밖에 없다”며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항소심 선고는 다음 달 1일 열린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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