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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혔다”… ‘숙대 포기’ 트랜스젠더의 변희수 애도글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뉴시스

성전환 수술 및 성별 정정을 거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뒤 숙명여대에 최종 합격했지만 일부 재학생들의 반발에 결국 입학을 포기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23)를 추모했다.

트랜스젠더 여성 A씨는 4일 뉴시스를 통해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변 전 하사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슬픔 없는 세상에서 다시 자유로운 날개를 펼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A씨와 변 전 하사의 인연은 변 전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받기 전인 2019년 시작됐다. 트랜스젠더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이후 종종 만남을 가지며 인연을 이어왔다. 변 전 하사는 수술을 앞뒀을 당시 A씨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타당한 근거 없이 한 사람의 인생을 규정짓는 행위는 정의롭지 않다고 배웠는데, 정당하지 않은 근거로 인해 자신의 삶이 규정지어진 사람이 있었다”며 “그는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국가로 인해 한순간에 ‘군 복무에 부적합한 신체를 가진 사람’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같은 사회의 판단에 앞으로 꽃을 피울 수 있었던 변 전 하사의 다양한 가능성들은 순식간에 짓밟히고 말았다”며 “지난해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국가와 개인 간의 일을 넘어 변 전 하사를 평생 따라다닐 꼬리표가 돼버렸다”고 했다.

A씨는 “단지 사회의 전형적인 시각에서 약간 벗어난 것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의 가능성들을 모조리 잃어버려야만 하는 죄라면, 그 누가 이 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며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면, 틀리지 않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세잎클로버에 비하면 네잎클로버는 단지 돌연변이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네잎클로버를 한 번쯤 찾아보기도 한다”며 “모난 돌이 정에 맞는 사회에서 조각품은 있을 수 없다. 결국은 평평한 벽돌이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약간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미래를 완전히 잃은 사람의 소식을 최근 5년간 적어도 6번은 들었다”며 “사회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여러 사람의 인생이 걸린 도박 주사위를 끊임없이 던져대면서 다른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 누구도 차별받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남들과 다르지 않음을 늘 확인받아야 하는 사회에서, 같은지 다른지를 구분할 필요조차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전 하사는 전날 오후 5시49분쯤 충북 청주 상당구 금천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119구급대는 “변 전 하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보건소의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시신 상태 및 부패 정도 등을 볼 때 숨진 지 수일이 지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군 기갑병과 전차승무 특기로 임관한 변 전 하사는 2019년 겨울, 소속 부대의 승인 아래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 전 하사는 이후 군에 ‘여군 재복무’를 요청했지만, 육군 측은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 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그를 강제전역 조치했다.

변 전 하사 측은 육군의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해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육군본부 군 인사소청 심사위원회는 변 전 하사의 전역처분 취소 신청을 심의하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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