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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은 변한 게 없는데… “저금리 지속” 일관에도 급락하는 시장, 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일관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재확인에도 주식시장이 연일 급락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시중금리 상승세가 증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구체적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개최한 일자리 관련 화상 행사에서 “최대고용과 평균 2% 인플레이션이라는 목표에서 여전히 멀리 떨어진 상황”이라며 “연준이 금리 인상을 고려할 상황이 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안에 최대고용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가망이 없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지난달 24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시기에 대해 “3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파월 의장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완화로 경제가 다시 열리면 기저효과 때문에 약간의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며 “이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플레 공포를 다독이며 저금리 기조에 전혀 흔들림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지만 미 증시는 일제히 주저앉으며 3일 연속 하락했다. 다우(-1.11%) S&P500(-1.34%)가 1%대 낙폭을 보였고, 나스닥은 2.11% 빠졌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간 실업지표 호조 속 파월 의장의 완화적 발언에도 금리 상승을 진정시키기 위한 구체적 액션이나 힌트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이 실망감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은 매번 같은 얘기를 하지만 시장의 기대치에 따라 해석과 시장 반응이 엇갈리는 것 같다”며 “이번에는 시장이 원하는 추가적 유동성 공급, 금리 인상 억제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가에서는 연준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장기국채 매입, 단기국채 매도를 통한 국채 수익률 관리) 등 새로운 장기금리 안정화 카드를 꺼내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CNBC는 연준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도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프라이머리 딜러(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공인한 국채 딜러)들과 접촉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달 중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언급할 것으로 보면서 4일 파월의 연설과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주목해왔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이 시장의 주된 관심사인 만큼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연설에 주목했다”며 “장기금리 상승을 견제할 연준의 조치를 기대했지만 파월의 이야기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이번 주 들어 1.4%대로 다소 진정됐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다시 1.5%대로 상승하며 증시에 부담을 줬다. 국채 금리 급등에 대해 “하나의 금리를 주시하는 게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을 지켜보고 있다”고 한 파월의 발언이 금리 상승을 용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장기금리 상승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금리 상승에 취약한 성장주 비중이 큰 나스닥은 한때 3% 넘게 빠졌다가 장 마감을 앞두고 낙폭을 축소했다.

중국 시장금리인 시보금리(싱가포르 은행 간 자금조달 금리) 급등,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 모임) 감산 유지 발표에 따른 국제유가 강세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압박 배경이다.

미 증시 급락 영향으로 5일 코스피·코스닥도 무겁게 시작했다. 장중 코스피는 전날보다 2.0% 내린 2982.45까지 하락하며 지난달 26일에 이어 4거래일 만에 또 한번 3000선을 이탈했다. 장중 지수로는 지난달 1일 2947.24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간 것이다. 코스닥도 2.0% 하락한 907.41까지 내리며 900선을 위협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오후 2시 이후 반등을 시작해 낙폭을 각각 0.6%, 0.3%까지 줄인 3026.26, 923.48로 마감했다. 중국이 국민경제·사회 발전 제14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유동성을 충분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 긴축 우려에 전날 1.47%에서 1.93%으로 급등했던 시보금리는 이날 1.57%까지 하락했다.

시중금리 상승에 연준이 대응하리라는 기대감은 아직 살아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국채금리 상승에 대해 “주목할 만하고 내 관심을 끌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금리 변화가 금융시장·금융여건에 영향을 주면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속마음이 아닐까 한다”고 해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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