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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늪’ 빠진 바이든…제재 약발 없고, 동맹들은 눈치보고

미국, 제재 말고 해법 없어…해결 기미 안 보여
미얀마 군부 “제재에 익숙하다” 큰소리
아세안 회원국 중 미국 제재 지지하는 국가 없어
일본도 미얀마 투자금 걱정 어정쩡한 스탠스
사상자 늘 경우 바이든에 해결 압박 거세질 듯

소총과 곤봉으로 무장한 미얀마 경찰들이 6일 수도 양곤 외곽지역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에 참가한 시민을 붙잡아 머리채를 잡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AP뉴시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얀마 쿠데타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사키 대변인은 “미얀마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이 걱정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우리는 제재 조치들을 취하고 있으며, 쿠데타를 용납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걱정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것 말고는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미얀마 쿠데타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외교정책의 최우선으로 인권 증진을 추구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불특정한(unspecified)’ 제재로 미얀마 군부 지도자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에 제재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미얀마 쿠데타…바이든에 ‘외교적 늪’ 되나

지난 2월 1일 발생한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5주째를 맞고 있다. 미얀마 군경의 총격으로 사망자는 늘고 있지만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한 지 13일 만에 미얀마 쿠데타라는 돌발 암초를 만났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큰소리쳤던 바이든 대통령에겐 이만저만 곤혹스런 일이 아니다. 미얀마에서 민주주의가 짓밟히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미얀마 사태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외교적 늪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미국의 미얀마 대책은 투 트랙이다. 미국의 직접적인 제재와 동맹국들을 활용한 압박이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를 표적으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 약발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미얀마가 회원국으로 있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일본 등 동맹국·주변국들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과 미국 경제회복 등 최우선 국정과제에 전념하느라 미얀마 사태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미얀마 군부가 중국과 밀착할 수 있다는 우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선택에 여전히 제약을 주는 조건이다.

그러나 미얀마에서 사상자가 더욱 늘어나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얀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라는 미국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벌써부터 미국 내에선 오바마 행정부 말기부터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미얀마 정국 상황을 방치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제재에 미얀마 군부 “우리는 제재에 익숙하다”

미국 상무무는 지난 4일 미얀마 국방부·내무부와 미얀마경제기업·미얀마경제지주회사 등 4곳에 대해 무역제재 조치를 취했다. 미얀마경제기업, 미얀마경제지주회사는 미얀마 국방부가 소유한 업체들이다. 이들 4개 기관들이 미국 제품을 수입하는 길이 막힌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또 군사적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특정 민감한 제품들에 대한 미얀마 수출도 봉쇄했다.

미국 정부는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군부 지도자들 12명에 대해서도 미국 내 자산 동결과 거래 금지 등의 제재를 부과했다.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지난 3일 시위에 참여한 시민이 이번 쿠데타를 이끈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경례하는 얼굴에 엑스 표를 그린 사진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그러나 미얀마는 현재까지는 미국의 제재에 꿈쩍도 하는 모습이다. 미얀마 군부의 소에 윈 부사령관은 유엔 미얀마 특사에 “우리는 제재에 익숙하고, 우리는 살아남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윈 부사령관은 “우리는 극히 소수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배워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세안 회원국들, 미얀마 군부에 “구명 밧줄”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얀마를 압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들,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일본 등이 힘을 합칠 대상이다.

그러나 이 또한 수월치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세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세안 국가들이 미국의 미얀바 제재를 묵살하면서 미얀마 군부 지도자들에 구명 밧줄을 주고 있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러면서 “동남아시아 지역의 어떤 나라도 현재까지 제재나 미얀마 군부의 재정에 타격을 입힐 다른 조치들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쿠데타를 비판하면서도 “제재는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리센룽 총리는 또 “제재는 미얀마 국민들에게만 피해를 끼칠 것이며, 미얀마 군부가 중국에 더 가까이 가도록 미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얀마는 지금 가해지는 제재보다 더 광범위한 서방 세계의 제제를 받았을 때에도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적 유대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이번에도 아세안 국가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을 통해 미얀마 군부가 미국의 제재를 버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태국과 필리핀에 섭섭함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 쿠테타에 저항하는 미얀마의 시위대가 지난 3일 만달레이에서 군과 경찰이 최루탄을 발포하자 흩어지고 있다. AP뉴시스

아세안 회원 10개국의 정치 상황도 미얀마 쿠데타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지목된다. 이들 10개국 중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민주주의를 시행하는 국가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 3개국뿐이라는 것이다.

아세안 회원국 중 2개국(미얀마·태국)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지도자들에 의해 통치되고 있으며. 브루나이는 아직도 국왕이 통치하는 전제군주정이다. 싱가포르는 인민행동당이 수십 년 동안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도 선거가 형식적으로 치러지는 등 민주주의 국가들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아세안 국가들과 미얀마 사정은 오십보백보인 셈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 3개국도 미국의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어정쩡한 일본…“미얀마 투자 걱정만”

눈치를 보는 나라도 있다. 바로 일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동맹을 결집해 중국에 맞선다는 바이든의 계획이 시험받고 있다’는 기사를 지난 1일 게재했다. WSJ은 이 기사에서 미얀마 제재와 관련해 일본의 소극적인 스탠스를 꼬집었다.

WSJ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40분 동안 전화통화를 가졌다”면서 “모테기 외무상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미얀마에 투자한 일본의 자본이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안도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은 미얀마에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에 미동도 하지 않는 미얀마 군부가 일본의 조치에 긴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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