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뭐 어때” 은밀 정보 수두룩 대화 수집한 데이팅 앱들[이슈&탐사]

[AI 시대, 위태로운 프라이버시] ②대화내용, 개인정보 아니다?


위피, 정오의 데이트, 아만다, 너랑나랑 소개팅, 돛단배, 빠른톡 등 국내 유명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이 이용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대화 내용을 수집해 왔던 것으로 8일 드러났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20여개가 넘는다. 이들은 이용자들에게 대화 내용 수집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았다. 이들 앱의 누적 가입자 수는 2000만명이 넘는다.

상당수 앱 운영사들은 개인정보처리방침 중 수집 내역 목록에 ‘서비스 이용 내역’ 문구를 적어놨는데, 대화 내용이 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비밀번호, 휴대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 수집 내역을 망라하면서 의존명사 ‘등’을 언급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업체도 있었다. 대화 내용은 개인정보가 맞지만 수집 사실을 에둘러 표현한 만큼 이용자 동의를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수집 내역을 명확히 하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 취지에 어긋난다.

대화 내용이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한 업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대화는 개인정보로 분류되고, 이를 일괄 수집할 때에는 동의가 필요하다는 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 판단이다. 대화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도 명시적으로 알려야 한다.

대화 내용이 개인정보가 아니라면 향후 수집 업체들이 이를 이용자 동의 없이 마음껏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 사생활과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활용을 이용자들이 통제할 길이 없어지는 셈이다. 민감한 사생활이 담긴 이용자 개인정보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가볍게 여기는 행태다.

국민일보는 주요 데이팅 앱 이용 시 발생하는 네트워크 트래픽 기록, 패킷(사용자와 서버가 주고받는 데이터 단위) 전송 기록을 분석해 채팅 관련 데이터가 외부로 전송되는 앱들을 추려내고, 해당 업체에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 내역을 확인했다.

꼼수 해명
지난해 국내 데이팅 앱 소비자 지출부문 1위를 차지한 위피(운영사 엔라이즈)는 대화 내용을 수집해 왔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위피 개인정보취급방침에는 “회원가입, 또는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SNS 계정 정보 또는 이메일 주소, 친구 리스트, 출생년도, 성별, 사진, 도시 기반 위치 정보 등이 수집된다”고 적혀있다. 대화 내용 수집은 언급되지 않았다.

위피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만든 모든 정보를 포괄적인 개인정보라고 보고 있다. 대화 내용은 개인정보 취급 항목의 ‘등’에 포함해 수집한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언급된 ‘등’이 대화내용을 포함하는 용어라는 설명이다.

법률사무소 디케의 김보라미 변호사는 “‘등’에 포함돼 있다는 해명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동의를 받지 않고 대화 내역을 수집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팅 앱 '아만다'의 개인정보처리방침. 아만다 운영사 테크랩스 관계자는 수집 항목 '서비스 이용 기록'에 대화 내역 수집이 포함된다고 해명했다.

유명 데이팅 앱 아만다와 너랑나랑 소개팅도 대화 내역을 수집하고 있었다. 해당 앱을 운영하는 테크랩스 관계자는 “대화 내역은 개인정보가 맞다. 개인정보 수집 항목의 ‘서비스 이용 기록’에 포함돼 포괄적으로 수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만다와 너랑나랑 소개팅 앱의 개인정보 취급 방침에는 ‘IP Address, 방문 일시, 서비스 이용 기록, 불량 이용 기록, 접속 로그’를 수집한다고 적혀있는데, 이중 ‘서비스 이용 기록’이 대화 내역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럽5678, 빠른톡, 연인톡 등의 데이팅 앱을 운영하는 인포렉스도 마찬가지다. 이 업체도 이용자 대화 내역을 수집하면서 개인정보취급방침의 수집 정보 항목에 ‘대화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 인포렉스 측 역시 “서비스 이용기록에 대화 내역이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데이팅 앱 숨짝은 대화 내용 수집을 개인정보취급방침에 명시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단순 실수”라며 “바로 개인정보취급방침에 명시해 놓겠다”고 답변했다. 이외에도 데이팅 앱인 ‘돌싱톡톡’, 랜덤 채팅 앱인 ‘낯선이와의 대화’, ‘오렌지캠’, ‘아이러브톡’ 등이 개인정보취급방침에 명시하지 않고 대화 내용을 수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일보는 설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대화는 개인정보 아니라는 업체들
이들보다 심각한 곳은 대화 내용을 아예 개인정보라 여기지 않는 업체들이다. 데이팅 앱 지출 기준 4위인 정오의 데이트(운영사 모젯)는 이용자들의 대화 내용을 수집·저장하고 있으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상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항목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500만 이상을 기록한 데이팅 앱 ‘돛단배’(운영사 크루온) 측은 “대화 내용이 개인정보가 맞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대화 내용을 서버에 저장하고 있다”며 “이용자가 생성하는 콘텐츠가 개인정보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의 주장과는 달리 대화내용은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개인정보보호법 2조는 개인정보에 대해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것을 포함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최근 ‘이루다’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대화 내용에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식별 정보들이 여럿 담겨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를 일괄 수집할 경우 명시적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게 개인정보위와 전문가들 판단이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대화 내용을 수집하는 데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당연히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데이팅 앱 업체들은 가입자 정보를 암호화하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입자 정보의 암호화 여부와 대화 내용의 개인정보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가입자 정보가 암호화되더라도 대화 내용에 해당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화 내용을 읽어보면 그 사람이 누군지, 개인정보를 알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그 대화 내역은 개인정보가 맞다”고 말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대화내역에 개인정보가 없을 수도 있지만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인 것을 전제로 동의를 구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동의 없는 수집 왜 문제인가

유명 데이팅 앱 업체들의 무분별한 대화 내용 수집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화 내용이 개인정보가 아니라면 수집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용자는 자신의 대화 내용이 수집되는 상황 자체를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블라인드, 글램, 배달의민족, 위피, 정오의 데이트, 아만다 등 앱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나눈 내밀한 대화가 모두 저장돼 왔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한 글램 이용자는 “대화가 전부 수집된다는 건 처음 알았다”며 “기만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블라인드, 글램, 배달의민족의 경우 수집된 대화내역 전체를 채팅 솔루션 제공 업체인 센드버드에 전송했다. 이들 앱 운영사는 이 부분도 이용자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센드버드는 전송된 대화 내용의 모니터링 권한을 고객사에게 제공하고 있다. 앱 운영사가 마음만 먹으면 이용자들의 사적인 대화 내용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센드버드 또한 대화 내용에 접근이 가능하다.

이들 앱은 개인정보취급방침에 신규 서비스 개발을 위해 수집 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용자 동의 없이 수집된 대화 내용 등 데이터가 ‘이루다’의 경우처럼 AI 머신러닝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개발자는 “스타트업들이 대화 내용 등 데이터를 수집하는 건 결국 그것을 향후 활용하려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셜·데이팅 앱 업체들은 자사가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AI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팀블라인드 문성욱 대표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직원들의 목소리에 담긴 의미, 외부에서 기업을 보는 각종 시선을 데이터화해 머신러닝으로 분석하는 B2B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글램 또한 수집한 데이터로 인구통계학적 특성 분석을 한다고 개인정보취급 방침에 명시했다. 정오의 데이트 운영사인 모젯은 2017년 머신러닝 전문가 채용을 진행했다.

전웅빈 문동성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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