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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가 ‘법인’인 아파트만 노렸다…대출사기 일당 검거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 70억대 담보대출사기 일당 34명 검거


전국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70억원 규모의 담보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 34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세입자가 살고 있으면 은행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피하고자 직원용 사택을 목적으로 법인이 임차한 아파트를 주로 노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경찰청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범행을 주도한 50대 A(남)씨 등 6명을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또, 대출서류 작성책, 담보물건 매입책, 유령법인 명의대표, 명의수탁자 모집책, 명의수탁자 등 범행에 가담한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법인 소속 직원들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경우 실제 거주하는 직원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서류상 임차인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점을 악용했다. 특히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법인이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경우 직원이 전입신고를 하더라도 대항력이 없어, 임대보증금에 대해 보증보험회사 보증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처럼 법인이 직원 주거용으로 임차한 아파트는 전입신고가 돼 있지 않아 서류상 임차인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을 악용해 A씨 등은 법인 명의로 임차한 아파트만 물색한 뒤 임대보증금을 승계하면서 헐값에 아파트를 샀다. 이후 임차인이 없는 것처럼 대출 신청을 했다.

이들은 2019년 3월 13일부터 지난해 5월 6일까지 모두 43건, 70억 상당의 대출금을 챙겼다.

대출사기 조직도. 부산경찰청 제공

A씨는 범행을 위해 자금 등을 총괄 관리하는 B씨를 포함해 담보물건 매입, 대출서류 작성, 명의수탁자 모집 등 역할을 분담해 대출사기 범행을 조직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은행 등 금융권은 전입세대열람원 등 해당 물건의 서류상에 전입세대가 없는 것으로 나오자 이를 믿고 대출을 실행했다. A씨는 이때 해당 물건의 명의를 빌려준 자들에게 대출금의 5~10%를 대가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번 범행과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대출 발생 당시 받은 담보가 있기 때문에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아도 실질적 피해가 없었고, 임차인(법인)은 보증보험회사로부터 임대보증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역시 피해가 없었다. 결국 범행에 대한 실질적 손해는 모두 보증보험회사가 입게 됐다.

한편 경찰은 금융권 대출 시 임차인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금융권과 보증보험 간 시스템연계 등 개선 필요성을 요청했고 보증보험회사가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계약 시 전세권을 설정한 물건에 대해서만 보증보험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제도상 허점을 찾아 관계기관에 제도 개선안을 통보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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