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빈곤·고립에…‘강제 조혼’ 더 내몰리는 소녀들

유니세프, ‘세계여성의 날’ 보고서에서 경고
향후 10년간 ‘아동결혼’ 전망치 1억명→1억1000만명으로 ↑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제공

“부모님은 남자애가 부유한 가정 출신이라서 구혼을 거절해선 안 된다고 했어요.”

에티오피아 남곤다르에 사는 14세 소녀 아베바는 최근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베바는 의사가 되고 싶었던 소녀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부모님과 오빠들은 아베바가 결혼을 해 가정의 부담을 덜어줄 것을 원했다.

다행히 부모님이 지역 당국으로부터 상담을 받아 생각이 바뀌었고 아베바는 정략결혼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지리아의 16세 여중생 라비도 부모님에게 결혼을 강요받았다. 코로나19 이후 친구 4명이 이미 결혼을 해 학교를 떠났다. 라비는 “이번 주에 이웃에 사는 친구 두 명이 또 결혼한다”면서 “내 차례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라비는 결혼을 거부했지만 라비의 어머니는 BBC에 “나는 딸의 학비를 낼 여유가 없다”면서 “결혼은 소녀가 정착할 기회이기도 하고, 부양할 가족 수를 더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빈곤이 소녀들을 결혼으로 내모는 것이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향후 10년간 아동 조혼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향후 10년간 ‘강제 조혼’에 내몰릴 어린이가 1억명으로 예측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폐쇄와 경제 악화 등이 심해지면서 이 전망치는 1억1000만명으로 늘어났다.

유니세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동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 때문에 여아들이 원치 않는 임신과 조혼을 막아주는 보건과 복지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가정에서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딸아이를 결혼시키는 경우도 늘 수 있다고 유니세프는 경고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폐쇄와 빈곤 역시 아동 결혼의 위험을 높인다. 유니세프는 아동 결혼이 학교 폐쇄 시 25%, 가구 수입 감소 시 3%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사무총장은 “학교가 문을 닫고, 친구 등 지지 네트워크로부터 여아들이 고립되고, 가난이 심화하며 이미 심각한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우려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제공

미성년일 때 결혼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가정폭력과 원치 않는 임신을 경험할 위험이 크다. 이들은 가족·친지와 단절되고 지역사회 참여도 가로막혀 정신건강도 위협받는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약 6억5000만명의 여성이 미성년일 때 결혼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은 방글라데시, 브라질, 에티오피아, 인도, 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났다.

2011년 이후 지난 10년간 성년 이전에 결혼한 여성의 비율은 15%가량 감소했지만 팬데믹 여파로 이런 진전이 퇴보할 수 있다고 유니세프는 경고했다.

포어 사무총장은 “아동 조혼으로 여아가 유년기를 강탈당할 위험을 낮춰야 한다”면서 등교 재개, 복지지원 및 보건 서비스 접근권 확대 등 조처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김승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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