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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클 폭로에 英 인종차별 문제 수면 위로… “왕실 답해야”

“인종차별 문제,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착각”
존슨 총리 “여왕의 역할을 존경” 즉답 회피

영국 런던에서 8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메건 마클 영국 왕자비의 인터뷰를 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 왕자비가 인터뷰 중 왕실에서 인종차별 등을 겪으며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폭로하면서 영국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국 왕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국과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8일(현지시간) 마클의 인터뷰를 비중있게 보도한 가운데 일간 가디언은 “마클이 던진 ‘수류탄’은 영국 왕실을 흔들었고,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전날 미국 CBS방송에서 방영된 오프라 윈프리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왕실이 ‘피부색’을 우려해 아들 아치를 왕족으로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았다”면서 “왕가에서의 곤경 때문에 자살 충동을 갖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왕실은 메건의 인종차별 주장에 아직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마클의 인터뷰와 관련해 “여왕과 국가와 영연방을 통합하는 여왕의 역할을 최고로 존경해왔다”면서 즉답을 회피했다.

보수당 잭 골드스미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해리 왕자가 “왕실을 공중분해시키고 있다. 메건은 그녀가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어낸다”고 비꼬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왕실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노동당 키어 스타머 대표는 “메건이 제기한 인종차별과 정신건강 문제는 매우 심각히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랜 인종차별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영국에서 이 이슈가 ‘사회적 논의’의 주제가 되지 않아왔던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영국 여론조사기업 클리어뷰리서치의 케니 이마피든 국장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에서는 (인종문제에 관한) 역사가 있고, 사회적 논의의 전통이 영국보다 길다”면서 “영국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겉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믿게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9%가 영국이 인종차별적이라고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영국 흑인들의 75%는 백인과 비교해 자신들의 권리가 동등하게 보호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많은 흑인 영국인들에게 해리와 마클의 이번 인터뷰가 왕실에 대한 신랄한 평가를 제공했다”면서 “영국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아슬아슬한 인종차별의 긴장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버밍엄 시립대의 마커스 라이더 교수는 “현대에 최초로 흑인 여성이 영국의 왕실에 들어가 최상층부에서 인종차별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한 해리 왕자 부부 인터뷰를 시청한 사람은 미국에서만 1710만명으로, 올해 프라임타임 오락특집물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AP통신은 “희생제물과 빌런(악인)들이 등장하는 이번 인터뷰의 유일한, 그리고 확실한 승자는 미국 미디어 여왕인 오프라 윈프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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