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이 한국 정부가 쿼드 플러스 합류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려는 목적이란 설명이다. 그동안 쿼드 참여에 부정적이었던 정부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책기획위 평화분과 소속인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8일(현지시간) 킹스칼리지 런던의 레먼 퍼체코 파도 부교수와 함께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한국은 바이든의 북한 접근법에서 희망을 본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고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 의지를 보여주고 바이든의 대북정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자 쿼드 플러스 합류 가능성까지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화해 과정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믿고 이를 위해선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재 완화라는 ‘경제적 당근’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 관계가 개선돼야 미국의 이런 협조를 구할 수 있고, 미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가 쿼드 플러스 가입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하는 반중 안보협의체인 쿼드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그 형태를 구체화하고 있다. 행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쿼드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최소 연 1회 장관 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정례화에 속도를 냈다. 오는 12일에는 정상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계획하는 등 협의체 급도 높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쿼드를 중심으로 가치 중심 동맹을 구상하기 시작하면서 쿼드를 대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도 미묘하게 바뀌었다. “다른 국가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던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과 달리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면 어떤 지역 협력체 구상과도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조건을 달긴 했지만 이전보다 진일보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구상에 대해서 현 단계에서 정부 차원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포용성, 개방성, 투명성 등 우리의 협력원칙에 부합하고 국익과 지역 글로벌 평화·번영에 기여한다면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쿼드가 점차 진화하는 데 대해 중국은 연일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쿼드 참여국 중 인도를 가장 약한 고리로 보는 상황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인도 방문 계획이 알려지면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쿼드 회원국은 각자 의제를 갖고 있고 미국 계획에 얽매이지 않는다”며 “각국의 목표 차는 결국 쿼드를 소멸시킬 것이며 쿼드는 안보 동맹이 아닌 빈말 클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정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중국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지역 협력체를 지지하며,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가르는 데 반대한다”고 말하는 등 우리 정부의 반중 전선 참여에도 견제구를 날렸었다.

김영선 기자,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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