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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룰라 ‘무죄’… 대법원 “검·판 담합해 부패수사 기획”

선고됐던 실형 모두 무효화
내년 대선 ‘극우 보우소나우 vs 좌파 룰라’ 구도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던 ‘브라질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5) 전 대통령이 족쇄를 풀고 자유의 몸이 됐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룰라에 대한 실형 선고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내년 대선 출마도 가능해졌다. 좌파 거물의 정계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벌써부터 브라질 대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에지손 파킨 대법관은 ‘라바 자투(Lava Jato·세차용 고압 분사기)’라는 이름으로 2014년 3월부터 올해 초까지 계속됐던 권력형 부패 수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에게 선고됐던 실형을 모두 무효로 한다고 이날 판결했다.

파킨 대법관은 “남부 파라나주 쿠리치바시 연방검찰 부패 수사팀이 진행한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연방법원의 판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19년 6월 온라인 저널 ‘디 인터셉트(The Intercept)’는 라바 자투를 진두지휘했던 세르지우 모루 전 연방판사가 연방검사들에게 룰라에 대한 유죄 판결과 수감을 끌어낼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수사로 ‘반부패 영웅’으로 떠오른 모루 전 판사는 2019~2020년 우파 정권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역임했다.

검사와 판사가 담합해 부패 수사를 기획했다는 폭로에 라바 자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모루 전 판사와 연방검사들이 룰라 전 대통령 기소에 앞서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한 비밀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브라질의 첫 노동자 출신 대통령인 룰라는 2003~2011년 집권하면서 경제호황 등의 호재가 겹치며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라바 자투 수사 과정에서 브라질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가 계약 수주 대가로 당시 여권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고 룰라도 여기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몰락이 시작됐다. 2017년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10년에 가까운 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피선거권도 박탈된 바 있다.

이번 실형 무효 판결로 룰라 전 대통령은 피선거권을 회복하고 반전 시나리오를 쓸 수 있게 됐다. 그가 여전히 ‘좌파의 아이콘’으로 평가 받으며 서민 계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있는 만큼 현지 여론은 그의 2022년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주 브라질 일간 오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진행한 대선 잠재득표율 여론조사에서 룰라는 무려 50%를 기록해 유력 대선주자 10명 중 1위를 차지했다. 현직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38%로 그 뒤를 이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의 원인으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를 지목하는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모루 전 장관은 31%, 나머지 주자들은 30%를 밑돌았다.

브라질의 정치 평론가 토마스 트라우만은 영국 가디언에 “이번 판결은 보우소나루 재선에 반대하는 시민들에게는 희소식”이라며 “룰라가 대선후보가 되지 않는 게 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좌파 룰라 대 극우 보우소나우’ 대선 구도가 실제 현실이 될 경우 “미국으로 치면 ‘도널드 트럼프 대 버니 샌더스’ 같은 대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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