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윤석열 등장에 들썩이는 제3지대론…‘고·안·반’ 잔혹사 끊을까

윤석열, 맷집·권력의지 남다르다는 평가
4월 재보궐선거 이후, 야권 재편 관건
외교관 참모 의존, 반기문과 달라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등장으로 대선을 1년 앞둔 정치권에서 제3지대론이 다시 한번 들썩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높은 지지율을 동력 삼아 여야가 아닌 제3지대에서 머물면서 대선레이스를 준비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과거에도 혜성같이 나타나 제3지대에서 대권을 노리던 후보들이 있었지만 하나같이 중도하차했다. 여권의 집요한 공세를 버텨내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고공행진을 시작한 윤 전 총장이 과거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다는 기대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상반된 시각도 교차한다.

제3지대 후보는 역대 대선에서 단골손님이었다. 2007년 대선 당시 고건 전 국무총리, 2012년 대선 땐 안철수 후보, 2017년 대선에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등장했다. 각각 행정의 달인, 성공한 기업가, 외교 전문가로 각 분야에서 깊은 내공을 쌓아온 이들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거친 정치권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한 야당 의원은 9일 “여의도 정치권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야생과 다름없다면, 공직사회는 온실 아니냐”며 “상대세력의 정치 공세를 감당하고 이겨낼 능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2006년 11월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대선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노무현 대통령에게 ‘실패한 인사’로 규정되면서 동력을 급상실했다. 결국 공세를 버티지 못한 고 전 총리는 2007년 1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 후보 역시 2012년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같은 해 11월 후보직을 양보했다. 반 전 총장은 2017년 1월 환대를 받으며 귀국, 대선 행보에 나섰으나 “나쁜 놈들” 발언 등 각종 구설로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지지율 하락을 견디지 못한 반 전 총장은 귀국 21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응원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여권은 윤 전 총장도 과거 제3지대 후보처럼 결국 현실정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앞선 후보들과 달리 여권의 집요한 고사작전에 맷집과 뚝심으로 맞선 경험이 있고, 권력 의지도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겪었던 검찰 이슈는 법적인 동시에 정치적 사안들이었다”며 “권력투쟁적 성격이 강했는데 버텨낸 걸 보면 정치인의 DNA가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현 상황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과거의 제3지대는 여야의 틈새를 노렸다면 지금의 제3지대는 성격이 다르다”며 “반문으로 뭉치는 야당 재개편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정부 말 여권 재편 움직임 속에서, 반 전 총장은 탄핵 정국 속에서 역할을 추구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른바 ‘반문’을 기치로 야권은 물론 제3지대까지 합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상황인 만큼 고 전 총리, 반 전 총장 때와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용인술도 제3지대론 성공의 조건으로 꼽힌다. 반 전 총장은 외교관 출신 그룹을 핵심 참모로 기용하면서, 정무적 판단에서 뒤처졌다는 혹평을 받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총장도 공무원 출신이라 여의도의 언어를 100%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적 감각을 갖고 조언도 해주고 야권과의 소통도 맡아줄 수 있는 인사를 곁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