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된 윤석열, 지지율 급락하는 결정적 순간은…”[인터뷰]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2022년 대통령 선거에 대해 “항상 정치적 상수로 있던 보수가 2017년 탄핵 이후 완전히 무너졌다. 보수가 분열했던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보수 자체가 붕괴돼 한 축이 아닌 변수로 전락한 것은 이번 선거가 처음”이라며 “그만큼 어느 대선보다 중도층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현구 기자

“LH 일부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한 망국의 범죄’라고,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기대했을 법한 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서 나왔다. 권력에 맞서며 정치적 자산을 쌓은 경우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고건 전 국무총리처럼 대통령의 권력에 의해 지지율을 부여받은 경우보다 생명력이 길다. 당분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좀 더 상승할 것으로 본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태풍의 눈이 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파른 상승세에 대해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이렇게 평했다. 1991년 국내 첫 정치컨설팅 기업을 세워 30년 넘게 현장에서 선거를 치러온 그에게 윤석열 신드롬과 대선 구도, 그리고 대선 전초전인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판세에 대해 물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예상보다 빨리 대권 가도에 뛰어들어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내년 대선 구도를 어떻게 전망하나.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이후 보수 동맹과 민주 동맹 양 진영이 총결집해 양자 대결로 대선이 치러진 건 두 번밖에 없었다. 2002년 노무현-이회창, 2012년 박근혜-문재인 때다. 이 두 번이 예외적인 경우였고 대개 어느 진영이라도 분열해 3자 구도, 4자 구도로 치러졌다. 가장 분열이 심했던 건 87년이었다. 민주 진영의 김대중-김영삼,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종필로 4자 구도가 됐다. 다음 대선은 가장 진영이 강하게 결집했던 2012년 선거보다 87년에 가까울 것이다.”

여야, 결집보다 해체되는 중… 내년 대선 다자 구도로 갈 가능성

-35년 만에 4자 구도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인데, 왜 그렇게 보는가.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 1위가 이재명 지사지만 정권 핵심에서는 ‘이재명을 믿을 수 있을까’라는 인식이 있고,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제3지대에서 출마해야 보수, 중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에도 중도 지향적인 원희룡 유승민 같은 정치인들이 있는 반면에 홍준표 황교안 김태호처럼 보수에 가까운 분들이 있다. 이 두 진영이 단일 정당이 되기보다 국민의힘이 깨지고 더불어민주당도 깨져서 4자 구도가 될 수 있다. 양 진영이 결집 대신 해체되고 있는 중이고, 그렇다면 다자 구도로 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격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은 야권보다 분열 가능성이 적지만 이재명 지사와 친문으로 분열할 수 있다는 건가.
“야권이 윤석열의 제3지대와 국민의힘으로 갈라지면 여권에서도 ‘꼭 이재명이 아니라 우리도 갈라져도 승산이 있는 건 아닐까’라며 ‘4자 필승론’이 나올 수 있다. 87년에 노태우는 양김이 갈라졌으니 승리할 수 있다, 김대중은 영남이 PK(김영삼)와 TK(노태우)로 나뉘었으니 해볼 만하다, 김영삼은 보수가 노태우와 김종필로 분열해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누가 더 중도 지향적인가

-제3지대 정치 시도가 그동안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지 않나.
“이번 선거에서 주목하는 건 중도 지향적인 후보들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시장 후보 경선에서 박영선과 박형준의 압승, 오세훈의 승리, 안철수의 안정적 우위 유지의 공통점은 중도지향성이다. 양극단의 진영 싸움에 너무 지쳤기 때문에 강성 이미지는 안 된다고 중도들이 강력하게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 중도의 유동성이 어느 대선보다 강화된 시점이다. 즉 보수가 결집해 이길 수 있는 선거가 아니라 민주당의 지지층을 얼마나 잠식할 수 있느냐가 내년 대선의 키포인트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제3지대가 가능성 있다. 내년 대선은 축구로 말하면 3골을 먹고 4골 넣는, 서로 맞받아치며 수비보다 공격에 치중하는 혼전이 되리라 보고 있다.”

“철석연대? 윤석열은 안철수를 반면교사 삼아야”

-윤 전 총장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떤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으로 가라는 의견이 많았고, 국민의당에서는 철석(안철수+윤석열)연대를 띄우고 있다.
“윤석열은 안철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안철수의 경우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을 때 지지율이 20%를 웃돌았지만 두 달 후 국민의당 창당 이후 8%까지 떨어졌다. 조직과 세력이 모인다고 지지율이 오르는 게 아니다. 윤 전 총장도 지금 기성 정치인들과 다르리라는 기대감이 있는데, 구시대 인물들과 손잡는 순간 기대감이 사라진다. 적어도 검찰총장 임기였던 7월까지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면서 사안별로 메시지를 내는 경우 대중적 인기를 유지할 수 있지만, 섣부르게 구태 세력과 손잡으면 지지율이 급락할 것으로 본다.”

-먼저 큰 그림을 그려 주셨는데, 서울시장 선거는 대선 유력 후보 3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이낙연 전 대표는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이번 보궐선거에 사활을 걸었고, 이재명 지사는 이번 선거 결과에서는 자유로운 편일 텐데.
“이재명 지사에게는 서울시장 선거를 지는 게 유리하다. 문 대통령이나 586의 힘이 빠질 테고,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총리에게는 충격이 있으니 이재명 대세론으로 갈 수 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박근혜 비대위가 출범했던 것처럼 중요한 선거에서 여권이 패배했을 때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가 기세를 빨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여당이 0대 2로 진다면 자칫 친문-반문으로 분열되면서 비대위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서울과 부산을 다 지게 될 경우 패배 책임을 둘러싸고 분열이 일어날 수 있고, 대통령은 바로 레임덕에 빠지게 될 것이다. 반면 야당이 지면 야당은 절망적 상황이 된다. 그래서 이 선거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권현구 기자

-친문 진영의 ‘제3후보론’은 어떤가.
“이재명은 믿을 수 없고, 이낙연은 이길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친문 핵심의 생각이다. 586 제3후보론이 나오지만 제3후보는 쉽지 않다. 87년부터 늘 제일 유력한 당내 주자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성공한 사례가 없다. 전두환 때도 측근들이 노태우는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노태우에게 갔다. 2011년에도 이명박은 절대 박근혜는 아니라고 했지만 박근혜 대세론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가장 강력한 차기 주자가 차별화를 하려고 할 때 현직 대통령이 잘 수용해준 경우 정권이 재창출됐다. 그 시점이 올 때 과연 문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가 남아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어떤가.
“이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의 총리가 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의 ‘호남대망론’으로 급부상했다. 안정감이 있지만 대중적인 폭발력이 있는 분은 아니다. 보궐선거에 당헌․당규를 바꿔 후보를 낸 게 이 전 대표의 결정이었는데, 지게 되면 원칙 없는 패배가 돼 아무래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재명 지사와 비교해 보면 이 지사가 부상하는 과정은 코로나 정국과 맞물려 있었다. 코로나라는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기본소득, 재난지원금, 지역화폐 등 야전 사령관 같은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어필했다. 그런데 그 리더십이 코로나 정국에는 통했지만 출구가 보일 때도 과연 이 지사에 대한 선호도가 계속 유지될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직후 단숨에 대권후보 지지율 1위를 거머쥐었다. 어떻게 보는가.
“타이밍도 그렇고 정치적인 묵직한 메시지를 내는 능력, 순발력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지금 반(反)문재인, 반(反)민주당 유권자들이 정치적 의사를 나타낼 때 윤석열만큼 적당한 사람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보수의 후보가 없어 보이지만 국민의힘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으면 전체적인 지지율이 재조정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

-보궐선거 이후 야권발 정계 개편이 확실시 되고 있는데.
“네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①안철수가 4번을 달고 서울시장이 되는 경우 ②안철수가 후보는 됐지만 본선에서 지는 경우 ③오세훈이 후보가 돼서 서울시장이 되는 경우 ④오세훈이 본선에서 지는 경우. 첫 번째 경우는 안 후보가 자기 힘으로 제1야당의 후보를 꺾고 또 본선에서 집권당 후보를 꺾은 것 아닌가. 그렇게 되면 본인 중심의 정계 개편을 주도하려 할 것이다. 마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바깥에 나와 있기도 하고, 금태섭 전 의원 등도 참여하는 제3지대 중심의 개편이 될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113주년 기념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후보가 본선에서 지는 경우는?
“가장 복잡한 경우다. 안 후보가 중도 지향성 때문에 오 후보를 이겼는데, 본선에서 그 중도 지향성이 증명되지 못한 경우이기 때문에 안 후보도 국민의힘도 모두 한계를 보인 선거가 된다. 야권은 전체적으로 지리멸렬해질 것이다. 국민의힘은 홍준표 의원이 복당이 될 것이고, 홍 의원식으로 말하면 ‘적장자’들이 중심이 되는 정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혹은 위기감이 크다면 세대 교체나 강도가 센 혁신을 할 수도 있겠다.”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가 됐다가 지는 경우는 국민의힘의 존립이 위태로워지지 않을까.
“해체 요구가 많을 거다. 차라리 안철수가 나갔으면 이기지 않았겠느냐는 상당한 정도의 후폭풍이 있고, 안 후보는 이미 경선에서 졌기 때문에 윤 전 총장 쪽으로 힘이 쏠리면서 ‘윤석열 대망론’ ‘대안부재론’이 나올 수 있다. 오 후보가 당선이 되는 세 번째 경우라면 국민의힘이 지난 몇 년 간 연전연패하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하고, 야권 재편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후보자등록 마감일인 오는 19일 이전 단일화한다고 합의했지만 실패하거나 늦어질 수 있을 텐데.
“단일화를 하라는 압력을 견딜 수 있겠나. 늦어지면 효과가 없다. 투표용지 인쇄하기 전까지 끌면 시너지도 안 나온다. 김종인 위원장이 일주일이면 된다고 계속 얘기하지 않았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나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으로 입당할 가능성은?
“두 가지 때문에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 국민의힘이 혁신을 했거나 이미지가 개선됐다고 확인된 게 없다. 지지율이 20%에서 올라가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안 후보가 국민의힘과 합당하면 윤석열 전 총장이 합류하기 쉽지 않다.”

-결승 파트너를 기다리고 있는 박영선 후보의 강점과 약점은 어떤 것인가.
“아주 친문도 아니고, 장관을 지내면서 국정을 겪어봤고, 서울시장 선거도 겪어봤다. 특히 전 시장이 성추문으로 물러난 데다 광역단체 중에 여성단체장이 없기 때문에 기회 요인이 많다. 리스크는 이 정권의, 민주당의 후보라는 점이다.”


-지난 총선에서 통하지 않았던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이번에는 통하리라 보는 건가.
“대선을 1년 앞두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기류에 흐른다. LH 사건과 윤석열 파동 때문에 여당에는 썩 유리한 구도가 아니다. LH 사건은 2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모두 분노하는 사안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정부와 여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였지만 여론조사에서 기대만큼 전세 역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를 당할 때도 지켜낸 곳이다. 여권으로선 참 힘든 지역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부울경 광역단체장 세 군데를 다 민주당에 줬는데 공교롭게도 부산․울산시장, 경남지사가 다 문제가 됐다. 가덕도보다 탈원전을 비롯한 이 정부의 정책 때문에 산업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부산은 지난 총선보다 어려우면 어렵지 쉽지 않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보가 대선으로 직행할 가능성은 없나.
“없다고 본다. 본선에서 안철수나 오세훈, 박영선 모두 계속 이 질문을 받을 것이고, 그럼 국민 앞에 수십 번 더 약속을 해야 한다. 대선 후보가 뽑혔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 불려 나오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본인이 나설 명분이 있겠는가.”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통합과 미래

-다음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대중은 어떤 대통령을 원한다고 보나.
“대통령의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대통령은 메시아나 영웅, 지도자가 아니다. 전체적인 추세가 그렇다. 2000년대 이후 세계화와 기술 혁신이 만들어 낸 양극화가 가속화됐고, 그 양극화로 인한 분노가 포퓰리즘과 진영 논리, 음모론, 가짜 뉴스를 만들어냈다.
한국은 조국 내전 이후 대화가 단절되고 네트워크가 깨지고, 정치를 화제로 삼는 것을 피하게 됐다. 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조금 더 통합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이 움직임을 밀어주는 세력이 중도층, 즉 ‘묻지마 1번’ ‘묻지마 2번’을 뺀 스윙보터(부동층)이다. 또 하나는 미래다. 세계가 우주 이주를 말하는데 우리는 100년 전 토착왜구와 빨갱이 얘기를 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통찰도 없고 현재의 문제를 풀 능력도 없으니 과거만 가지고 싸우는 거다.”

지도자로서 대통령의 시대는 끝났다

-이전 저서에 썼던 ‘지도자의 크기가 나라의 크기다’라는 말이 와 닿았다.
“예전보다 지도자의 위상과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복잡한 현실의 현안을 지도자의 판단으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사자 한 마리가 이끄는 양떼가 양 한 마리가 이끄는 사자 떼를 이긴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지도자가 중요하다는 얘기지만, 이제 그런 담론은 끝난 것 아닌가 한다. 대통령제 국가의 최대 리스크가 대통령일 수 있다. 우리가 후진국이던 시절처럼 대통령이 다 끌고 가리라 기대하지 않지 않나.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졌고, 내각제 개헌을 생각해 봐야 되는 것 아닌가 한다.”

-보궐선거 이후에 개헌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보는 건가.
“대선 후 2024년 총선을 앞뒀을 때 대통령제가 가장 좋은 제도인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은 범여권이 190석이어서 야당이 정권을 잡아도 끌고 갈 수가 없다. 지금의 야권에서 협치의 새로운 모델로 개헌 논의가 불거질 수도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남은 변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변수는 이미 다 반영이 돼 있다. 앞으로 3주 동안 아직 벌어지지 않은 변수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게 이슈가 될 것이고, 선거에서 이슈보다 중요한 건 그 이슈를 다루는 태도다.”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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