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기하다 ‘졸속’ 공급대책 인정한 변창흠

변창흠 “광명시흥 신도시 검토 1월부터”
전문가들 “사전 검토 없었다면 한 달 만에 지정 사실상 불가능”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투자한 게 아닌 것 같다”는 발언이 진심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변 장관은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여부를 올해 1월부터 약 한 달간 검토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 장관의 발언이 오히려 정부가 시장 안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고 강조했던 주택 공급대책을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신도시로 개발하기 적합한 입지인지 검토한 후 지방자치단체, 정치권 등과 협의까지 한 달 만에 끝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변 장관은 지난 9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LH 직원들이 광명·시흥의 공공택지 개발을 모르고 투자했을 거라고 발언한 게 진심이었느냐”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제가 아는 경험으로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어 김 의원이 “광명·시흥 신도시 검토가 언제부터였느냐”라고 묻자 변 장관은 “제가 국토부로 온 게 12월 29일인데, 그전에는 한 번도 검토한 적이 없다. 올해 1월부터 한 달 정도 검토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변 장관은 지난 4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LH 직원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불거졌다. LH 직원들이 사전에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샀다기보다 땅을 샀는데 신도시로 지정됐다는 ‘우연의 일치’라는 게 변 장관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변 장관의 이런 해명이 오히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서기 위해선 기존 도시들과 교통망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신규 교통망 확충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 토지수용 가능성과 규모, 보상금 규모는 얼마로 추정되는지 등 다양한 요소를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현장 답사를 통해 신도시 예정지의 토지 상태, 난개발 여부 등도 들여다봐야 한다.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도로에 붙은 토지강제 수용 규탄 현수막. 연합뉴스

그러나 변 장관이 신도시 입지로 광명·시흥 지역을 검토했다는 ‘한 달’은 이런 부분을 모두 분석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실제로 기존 다른 3기 신도시는 후보지 물색부터 발표까지 1년 이상 걸렸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0일 “과거 광명·시흥 지역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검토가 됐었더라도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 토지 상태, 수용 가능성 등을 철저하게 조사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 인근의 땅들은 이미 개발 가능 여부를 조사한 데이터를 정부와 LH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신도시 입지를 한 달 내로 검토해 발표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실제 신도시 지정에 앞서 경기도와 같은 해당 지자체와의 구체적인 협의, 국회 국토교통위 등 정치권과의 논의 및 의견 수렴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한 달 만에 모두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이어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졸속으로 내놓았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국토부와 LH가 사전에 신도시 후보지로 광명·시흥 지역을 관리하고 있었다면 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향후 개발 가능성을 고려한 ‘투기’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전날 김 의원은 “국민들은 LH 직원들이 투기 정보도 몰랐는데 투기를 했다면 ‘신내림 받은 것’이라고 얘기한다”며 “1개월 만에 뚝딱 만들어질 개발 계획이면 합동조사단 조사 시점이 왜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거냐”고 변 장관에 물었다. 그러자 변 장관은 “그전부터 후보지로는 관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간에 연구용역을 계속하면서 자료를 축적하고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2018년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지정한 이후에도 광명·시흥 지역 정보를 지속 관리했다면 이것도 ‘개발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도 “수십억원을 빌려 맹지를 구매하고, 묘목을 심는 등의 행위는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확실한 정보가 없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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